이와오이| 사랑의 말
사망소재 / 초현실 소재
***
피 흘리며 식어가는 이와이즈미의 몸을 붙들고 있는 오이카와 앞에 악마가 나타나 말했다.
-시간을 되돌려주마.
오이카와는 친구의 시체를 품에 붙들고 악마를 올려다보았다. 악마가 빙그레 웃었다.
-시간을 되돌려주마. 죽은 사람을 살리는 일은 신조차 하지 못하는 일이지만, 시간을 되돌려줄 수는 있지.
녹인 설탕처럼 진득하고 다정한 말씨였다. 그래서 더욱 악마임을 실감하게 된다. 오이카와는 우는 얼굴 그대로 악마를 바라보았다. 악마가 눈을 접고 웃으며 말했다.
-대신 네 사랑의 말은 모두 내가 받아가마.
오이카와는 그게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어, 젖은 얼굴로 악마를 바라보기만 했다.
-너는 네 친구에게 사랑해서 하는 그 모든 말을 할 수 없다. 사랑한다는 말도 좋아한다는 말도 보고싶다는 말도 그립다는 말도 할 수 없다.
오이카와는 울면서도 악마를 쏘아보았고 악마가 웃으면서 다시 말했다.
-어쩌면, 내가 가고 난 뒤에 상냥한 천사가 와줄지도 모르지. 천사를 기다려봐도 좋아.
오이카와는 눈물이 철철 흐르는 얼굴로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그거야말로 악마다운 말이네. 하지만 난 이와쨩을 두고서 있을지 없을지도 모를 다른 기회를 기다리지는 못해. 그러지는 않아.
-사랑해서 하는 그 모든 말을 한 마디도 하지 못하게 된다고 해도?
악마가 관대한 목소리로, 정말 괜찮으냐고 염려라도 하는 듯이 물었다. 오이카와는 눈물을 쏟으면서도 억지 웃음을 지었다. 어차피 평생을 말할 생각 없었어.
낮은 그의 말에 악마는 웃었고 모래시계가 거꾸로 흐르기 시작했다.
-선택을 주저하지 않는 그대에게 선물을 한가지 더 주지.
악마의 모래시계가 춤을 추었다.
-네 바람을 이룰 수 있을 때까지 무한의 기회를. 선물이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악마의 선물은 어디까지 선물인가.
*
오이카와는 눈을 번쩍 떴다. 꿈? 얼굴은 눈물로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해가 지는 오후, 그의 손에서 배구공이 왔다, 갔다 춤을 췄다. 노을에 비쳐 긴 그림자가 이리저리 춤을 추다가 엇하는 사이에 배구공이 제멋대로 튀어나갔다. 이와이즈미가 타박하는 소리가 들렸다. 한숨을 쉰다. 공을 주으러 가는 사람은 이와이즈미였다. 그리고 그 뒤로는.
오이카와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 꿈? 그렇게 현실적인 꿈이 있을 수가 있을까. 오이카와는 서둘러 이부자락 주위에 손을 뻗었다. 금방 휴대전화가 잡힌다. 5월 19일, 화요일. AM 5시 23분.
금요일……이었는데. 그건 확실했다. 다음날이 주말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어째서 지금은 다시 화요일일까. 악마가 말했다. 시간을 돌려주겠다고. 꿈이 아니었나? 정말로 그 모든 일은 있었던 일이고, 자신은, 지금은…….
오이카와는 이불을 걷고 나왔다. 더는 자고싶은 기분이 아니었다.
*
“이와쨩!”
“오이카와. ……너 눈이 왜 또 그래? 밤에 또 잠 안잤냐!”
익숙한 등교길이었다. 매일매일 함께 하기를 이제 6년째. 무언가 기억과는 다른 점을 되짚어보려해도 똑같은 그림을 또 보는 것처럼 낯익기만 해 구분하기가 어려웠다.
“아, 아냐. 무서운 꿈 꿨단 말야.”
“무서운 꿈?”
오이카와는 입술을 삐죽거리며 투덜거렸다. 얼마나 무서웠는지 알아? 나 완전 울고 불고 하면서 깼다고.
“무슨 꿈이었는데.”
“…….”
그렇지만 이와쨩에게 네가 죽는 꿈을 꾸었다고 말을 하기는 좀 그렇지. 오이카와는 속으로 생각하곤 ‘몰라, 기억안나.’라고 말했다.
“바보냐.”
“흥. 이와쨩이 매일 때리니 오이카와 씨 정말로 바보가 됐나보지요!”
“얼씨구.”
정말로 꿈이지 않았을까? 오이카와는 희망을 가져보았다. 손을 적시던 피도, 눈을 어지럽히던 붉은 빛도 당장 바로 앞에서 봤던 것처럼 생생했지만 그래도 그건 꿈이지 않았을까.
“……바보카와. 진짜 너 괜찮냐?”
“……몰라. 난 이와쨩이-.”
없으면 안 되니까, 그 말을 하려고 했다.
열린 입으로 새어나오는 소리가 없다. 오이카와는 그 자리에서 우뚝 멈추어섰고 이와이즈미도 굳은 얼굴이 되어 그를 바라본다. 오이카와는 파르르 떨리는 손을 들어 자신의 목을 감쌌다. 이와쨩이 없으면 안 돼. 다시 말하려 했지만 그저 입술만 버끔거릴 뿐이었다. 숨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야, 오이카와! 너 괜찮아? 오이카와!”
“아, 아아. 아. 괜찮아, 괜찮아. 놀랐지, 이와쨩?”
“이……. 이 망할 오이카와! 사람을 놀래켜도 그런 걸로 그러냐!”
오이카와가 다시 활짝 웃으며 짓궃은 표정을 지었고 잠시 얼어있던 이와이즈미가 왕창 얼굴을 구겼다. 그의 매서운 손에 등을 맞으면서도 오이카와는 장난스레 웃는 얼굴을 풀지 않았다.
-사랑해서 하는 그 모든 말을 할 수 없다.
악마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
금요일 오후, 오이카와는 그날 내내 이상했다. 불안한 것 같기도 했고 초조한 것 같기도 했으며 울 것 같기도 했고 화가 난 것 같기도 했다.
부활동 하는 내내 오이카와는 도통 집중을 하지 못했다. 스파이크는 치는 족족 아웃이거나 네트에 부딪혔고 누가 불러도 제대로 대꾸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화를 냈던 이와이즈미도 그쯤 되면 걱정스러워 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몸이 안좋으면 집으로 돌아가서 쉬라고 했지만 오이카와는 완강하게 거부했다.
“오이카와.”
“……응?”
이와이즈미는 자신의 가방끈을 꽉 붙들고서 걸음을 맞추는 오이카와를 흘끗 바라보았다. 조금 사선 아랫쪽을 향한 눈길에 달라붙은 진득하고 검은 것은 불안함이었다.
“너 무슨 일인데. 왜 그래?”
오이카와는 가방 하나만 메고 있었다. 교문 앞에 우뚝 멈춰선다. 오이카와는 본래도 피부가 흰 편이었으나 지금 이 순간은 유독 하얬다. 핏기가 없다고 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이와이즈미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 때 오이카와가 이와이즈미의 가방끈을 잡아당겼다.
“이와쨩, 오늘……. 오늘 다른 길로 가자.”
“왜. 어디로.”
“아, 그러니까……. 그러니까 어제 맛키가 과자 맛있는 데 알려줬어. 거기, 거기 가자.”
정말 가고싶었다기 보단 방금 겨우 쥐어짠 것 같은 이유였다.
“갑자기 웬 과자야.”
“먹고 싶어서 그래. 이와쨩, 나하고-.”
오이카와가 무슨 말을 하는 것처럼 입을 버끔거렸지만 새어나오는 소리는 없었다. 이와이즈미는 그것을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지만 오이카와의 얼굴은 절박했다. 울 것 같기도 했다. 과자같은 거 먹고 싶은 얼굴이 아니잖아.
“……알았어. 가자. 표정 좀 풀어.”
“…….”
오이카와가 흐릿하게 웃더니 이와이즈미를 잡아 끌었다. 교문까지 왔던 지지부진했던 걸음은 어디로 갔는지 빠르고 급한 걸음이었다. 오이카와가 뒤쪽의 골목을 한 번 돌아보곤 입술을 꽉 깨물었다.
“너 진짜 무슨 일 있으면 말을 해라.”
“내가 언제 이와쨩한테 말 안 한적 있었어?”
잠깐 사이에 기분이 급변했는지 오이카와는 조금쯤 웃는 얼굴이기까지 했다. 오늘 오후 들어 처음 보는 미소 비슷한 것이었다. 이와이즈미는 속으로 얕은 안도의 한숨을 삼켰다. 실없이 웃는 게 제일 잘 어울리는 놈이 어울리지도 않게 심각한 척은.
그리고 그것이 그의 ‘그 날’의 마지막 감상이 되었다. 브레이크가 고장난 자동차가 오이카와의 바로 곁에 있던 이와이즈미를 곧장 치고 지나갔다.
*
“맙소사. 그 쪽지시험 어려운 걸 다 맞았다고?”
목요일 점심시간, 하나마키가 주스팩에 빨대를 꽂아 쭉쭉 빨며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오이카와가 명석한 편이기는 그 과학 교사는 어렵고 깐깐하게 문제를 내기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나도 답 알려줘! 우리 다음 시간인데.”
“엣헴. 오이카와 님이라고 불러주면 모두 알려주지요.”
“저 바보카와 뭘 잘못 먹은 거 아닌가 몰라.”
“이와쨩은 나한테만 너무하는 거 아니야!?”
“너무하긴 뭘 너무해!”
여느때처럼 이와이즈미가 오이카와에게 한 소리를 던지고, 그 사이에 하나마키는 빈 노트를 가져와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이와이즈미 군, 미안하지만 일단 다음 시간 나의 생존을 위해주시게. 그의 장난스러운 말에 이와이즈미가 혀를 차곤 오이카와를 놓아주었다.
“너 문제까지 다 외웠냐?”
“그으럼!”
오이카와가 번호를 적고 그 옆에 바로 답을 적는데 거침이 없었다. 하나마키가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떴다. 똑똑하긴 했어도 얘가 이런 애는 아니었는데? 하나마키가 그런 표정을 지을 때 뒤늦게 그들에게 다가온 마츠카와가 책상을 빤히 내려다보았다.
“응? 맛츤, 왔어? 맛츤도 알려줘?”
“얘 진짜로 뭐 잘못 먹었나본데…….”
“그치! 마츠카와!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하나마키에게 밀려 잠자코 있던 이와이즈미가 동조자를 얻어 벌떡 일어선다. 오이카와가 미간을 찌푸렸다.
“왜 내가 똑똑한 걸 이상하게 생각하는 거야!”
“그야 넌 바보카와니까.”
이와이즈미가 당당하게 대답했다. 마츠카와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이카와가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 하나마키가 웃었다.
*
“얘 또 왜 이래?”
“오늘 과학 쪽지시험 말아먹었대. 다 틀렸다는데.”
“뭐? 다 틀려? 과장 아니고?”
오이카와는 머리위로 웅웅 울리는 이와이즈미와 하나마키의 대화 소리를 들으며 책상에 엎드린 몸을 일으키지 않았다.
“그건 그런데 섬세도 하다. 시험 망쳤다고 이러고 있어?”
“내 말이.”
“……둘 다 내맘 몰라!”
결국 오이카와는 벌떡 일어나서 빽 소리를 치고 교실을 뛰쳐나갔다. 뒤에서 이와이즈미가 어처구니 없다는 목소리로 큰 소리를 냈지만 오이카와는 못 들은 척하고 복도를 내달렸다. 멈춘 건 마츠카와와 부딪혔을 때였다. 오이카와는 마츠카와의 어깨에 부딪힌 자신의 팔을 쓰다듬으며 울상을 지었다.
“아야야……. 깜빡했네.”
“어딜 그렇게 뛰어가? 뭘 깜빡했는데.”
“맛츤이 지금 오는 거요! 오이카와 씨는 우울하니까 그럼 가던 길 가겠습니다아. ……교실에 이와쨩이랑 맛키 있어. 얼른 가봐.”
오이카와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이 달려온 방향을 손끝으로 가리켰다. 마츠카와는 오이카와의 미소가 어딘가 바스러진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그 감각은 금방 사라졌다.
*
“오버워크는 안 된다고 했잖아!”
“그, 그런 거 아니라니까~! 그냥! 그냥!”
이와이즈미는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오이카와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금요일 오후, 연습하는 내내 마음이 다른 곳에 가 있는 것 같은 오이카와였다. 오후의 부활동이 끝나고 집에 가기 위해 교복을 갈아입을 때까지도 그랬다. 부쩍 지친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어서 어디 아픈가, 하는데 돌연 오이카와가 이와이즈미의 옷깃을 붙잡았다. 체육관에 조금만 있자.
왈칵 성을 내려는데 오이카와가 아무 말 없이 그의 옷자락을 쥐고 있기만 한다. 그 지치고 절박한 모습은 본 일이 없었다. 이와이즈미는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이와쨩.”
“어어.”
연습을 할 것도 아니고 앉아만 있자니, 도대체 뭘 하자는 거지. 불이 다 켜진 체육관 한 가운데에 덩그러니 앉아서, 이와이즈미는 혀를 차면서도 시간이 아깝다 싶어 과학교사가 내준 과제를 꺼냈다. 내일까지 해 가야 했다. 그가 과제에 집중하느라 건성으로 대답하자 오이카와가 금방 앵도라진 목소리를 낸다. 이와이즈미는 혀를 찼다. 어휴, 저 어리광쟁이.
“나 이거 내일까지 해가야 된다고.”
“내가 다 해줄게!”
“바보 오이카와가 무슨 수로. 쪽지시험도 다 틀렸으면서?”
“할 수 있어!”
오이카와가 입술을 꽉 깨물고는 이와이즈미의 손에서 프린트를 휙 뺏들었다. 이와이즈미는 해 볼테면 해보라는 뜻에서 잠자코 손을 놓고 오이카와가 하는 모양새를 지켜보았다. 이와이즈미 곁에서 체육관 바닥에 대놓고 엎드린 오이카와가 단번에 프린트의 빈칸을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야. 너 아무거나 쓰면 안 된다고!”
“아무거나 쓰는 거 아니야! 정답이라고!”
“계산도 안 하고 적는 게 어디가 정답이냐!”
“이와쨩은 나 못 믿어!?”
“바보카와를 어딜 믿냐!”
“그럼……. 그럼 내일 확인해 보면 되잖아!”
“……네 오답을 내가 혼나는 걸로 확인해 보라고 지금 그러는 거냐?”
이와이즈미가 음산하게 물어보는데도 오이카와는 자신이 적은 게 전부 정답이라고 빽빽 우겼다. 이와이즈미는 이 이상 대거리를 하기도 지쳐, 그래 네 맘대로 해라 하고 푹푹 한숨을 내쉬었다. 몇 분 되지 않아 오이카와는 남은 빈칸을 전부 채워서 이와이즈미에게 돌려주었다.
오이카와는 여전히 체육관 바닥에 뻗듯이 엎드려 있다가 몸을 돌리고 천장을 향해 누웠다. 이와이즈미 역시 한숨을 내쉬곤 그와 비슷하게 천장을 보고서 드러누웠다. 그리고 잠깐의 침묵 뒤에 오이카와가 말했다.
“있지, 이와쨩.”
“어어.”
이와이즈미는 하늘을 향해 프린트를 펼쳐놓고 들여다보고 있었다. 방금 오이카와가 답을 적어다 준 것이었다. 진짜 정답인가? 묘하게 맞는 것 같은 느낌이긴 한데…….
“……? 오이카와? 왜 말을 하다 마냐.”
눈동자를 굴리며 고개를 갸웃하던 이와이즈미가 조용해진 친구를 흘낏 돌아보았다. 오이카와가 살짝 고개를 돌린 채 말없이 그를 바라보고 있기만 했다. 그러다가 입술을 삐죽거린다.
“됐어, 흥. 이와쨩 바보.”
“뭐야!”
또 뭐! 또 왜! 이와이즈미가 벌컥 소리를 치려는데 오이카와가 한 번도 그에게 본 적 없는 표정으로 꽃처럼 애띠게 웃었다.
“……내일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내일?”
누구 생일이라도 되냐?
이와이즈미가 툴툴거리는데 오이카와의 입술이 벌어졌다가 아무 소리 없이 다시 다물렸다. 그리고 돌연 오이카와가 몸을 돌려 이와이즈미의 위에 올라탔다. 뭐 하는 짓이냐며 이와이즈미가 꽥 한 마디 하려 했던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콰아앙!
체육관의 천장에 달려있던 조명이 그의 위로 떨어졌다.
이와이즈미를 보는 오이카와의 얼굴은 웃고 있었다.
*
이와이즈미 앞에는 갈색으로 물든, 다 구겨지고 찢어진 프린트 한 장이 놓여있었다. 오이카와의 피를 흠뻑 먹은 것이었다. 그것을 쥔 이와이즈미의 손은 핏기하나 없이 창백했다.
-이런, 이런.
머리 위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린다. 이와이즈미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사백 하고도 한 번 더 푼 문제였단다. 그건 모두 정답이란다.
녹인 설탕처럼 다정하고 진득한 목소리가 말한다.
-시간을,
악마가 이와이즈미를 바라보았다.
-돌려줄 수도 있다.
이와이즈미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피를 먹은 종이가 그의 손 안에서 구겨져갔다.
-음, 하지만 내 대가는 가혹하다고들 하더군. 그 친구는 만족한 모양이었지만. 그러니 내가 가고 난 뒤에 올지도 모를 천사를 기다려봐도 좋아.
표정이 없는 이와이즈미의 얼굴이 악마를 향한다. 악마가 다정하게 웃었다. 무슨 대가를 치르더라도 되돌리겠다는 거로구나.
-그렇다면 네 사랑의 말을 모두 가져가마.
-너는 네 친구에게서, 그가 너를 사랑하여 하는 그 모든 말을 들을 수 없다. 사랑한다는 말도 좋아한다는 말도 보고싶다는 말도 그립다는 말도 들을 수 없다.
-그래도,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면.
악마가 관대한 목소리로, 정말 괜찮으냐고 염려라도 하는 듯이 물었다. 벌떡 일어난 이와이즈미가 악마의 멱살을 쥐어틀었다. 그딴 거 듣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어. 평생 듣지 못해도 상관없어, 돌릴 수 있다면 지금 당장!
그의 말에 악마는 웃었고 모래시계가 거꾸로 흐르기 시작했다.
-선택을 주저하지 않는 그대에게 선물을 한가지 더 주지.
악마의 모래시계가 춤을 추었다.
-그의 마지막 말은 사랑한다는 말이었단다.
악마의 선물은 어디까지 선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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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ㅠㅠ... 아 모르겠다... ㅠㅠ... ㅇㄱㅂㅈㅇㅏㅇㄱ지ㅏ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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