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쿠토는 가방에서 큼지막한 무언가를 꺼냈다. 곱게 포장한 것치고는 그네들 또래의 주먹만한 것이었다. 곁에서 열쇠로 체육관 문을 열고 있던 아카아시가 고개를 갸웃했다.
“뭡니까?”
“열어봐, 열어봐!”
“문만 열고요. 잠깐만요.”
아카아시가 체육관 문을 열고, 열쇠를 다시 챙겨놓고, 보쿠토가 내미는 걸 받아들 때까지 보쿠토는 초조하고 산만하게 굴었지만 아카아시가 그에 대해 언급 없이 보쿠토가 내민 것을 손으로 쥐어보며 의아한 표정을 짓기만 했다. 무엇인지 전혀 모르겠다는 그 표정에 결국 보쿠토가 손을 뻗어 포장을 뜯어냈다.
“자! 짜잔!”
‘짜잔’이라는 말은 순서에 맞춘 격식을 재차 끼워맞춰 급하게 해치우는 것처럼 여유가 없었다. 아카아시는 커다랗고 투박하게 만든 주먹밥을 보고서 눈을 휘둥그레 떴다. 서툰 모양새가 편의점 같은 곳에서 파는 것일 리는 없었고 보쿠토의 의기양양한 태도와 그에 반해 조금 긴장한 듯한 눈동자가 의미하는 바가 너무나 분명했다.
“……설마 정말로 진짜 선배가 만드……셨군요.”
“아카아시 이거 많이 챙겨 먹잖아!”
“……오늘이 무슨 날입니까?”
“응? 아무 날도 아닌데?”
아카아시가 심각한 표정으로 주먹밥을 보고 있다. 불안한 얼굴로 긴장한 것 같았던 보쿠토가 이윽고 샐쭉한 얼굴이 된다.
“……별로 안 좋아?”
“안 좋은 게 아니라 좀 놀라서……. 보쿠토 선배가 언제부터 요리에 관심이 있었는지도 모르겠고.”
“요리에 관심같은 거 없어!”
없지만 그래도 열심히 한 건데! 아카아시의 반응이 자신의 예상과는 다르게 심심하게 짝이 없다. 보쿠토는 거의 울고 싶은 표정이 되어 입을 삐죽거리다가 아카아시의 귓가가 붉게 물든 것을 뒤늦게 발견하고 말았다.
“……잘 먹겠습니다.”
“어, 어어…….”
아카아시는 원체 살이 잘 붙지 않고 금방 빠지는 체질이라, 매일같이 격렬한 부활동을 버텨내기 위해 무엇이든 꼬박꼬박 챙겨 먹곤 했다. 대개는 먹기 간편한 주먹밥이었고 가끔은 보쿠토가 반으로 나눠 내미는 빵 같은 것으로 대신하기도 했다.
보쿠토가 아카아시에게 주먹밥을 만들어 주어야겠다고 생각한 건 어젯밤의 일이다. 귀가하고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었는데 돌연 아카아시 생각이 났다. 사실은 매일매일 언제나 생각하고 있으니까 돌연이라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하여간 그랬다. 내가 만들어줘야겠다, 그 생각도 아주 갑자기 떠올랐다. 어렵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가 새벽부터 부엌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는 것만은 죽을 때까지 비밀이다.
“……맛있어?”
보쿠토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한 입 베어물고 우물거리던 아카아시가 고개를 끄덕인다. 보쿠토는 다시 한 번 더 물었다.
“진짜 맛있어?”
“네. ……그런데 정말 갑자기 웬 주먹밥입니까? 무슨 날도 아닌데.”
“그야.”
아카아시가 눈을 마주하지 않은 채 체육관 안으로 들어가며 물었다. 말하는 목소리는 조금 빨랐고 귓가는 붉은 빛이 감돌고 있었다. 보쿠토는 자신의 목이 간지럽다고 생각했다. 민들레씨를 삼킨 것처럼 간지러웠다. 토해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야 너를 좋아하니까!”
*
우당탕탕!
“보……보쿠토 선배? 괜찮으세요?”
보쿠토는 눈을 끔벅거렸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바다였다. 보쿠토는 천천히 그게 아카아시의 눈동자라는 걸 인지했다. 그 다음으로는 걱정스러운 것 같은 얼굴이다. 좀전에 보았던 얼굴과는 아주 조금 다른 것도 같았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동아리실의 천장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