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4, 15 서울코믹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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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쿠아카 소설본 신간 <Starry Starry Night>
140*210(약 a5사이즈) | 88P | 형사 보쿠토x검사 아카아시 | 가격 8000원 | 에필로그 소책자 동봉
'이기는 사건'만 맡는다는 소문이 있는 차가운 인상의 검사 아카아시와 여전히 불의에 열을 내는 형사 보쿠토의 이야기입니다.
주의사항 - 강간 사건을 다룹니다. 쿠로오의 등장이 조금 있습니다.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거라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아카아시가 남자의 뒤쪽에서 안절부절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향해 눈짓했다. 그들이 조심스레 문을 닫는다. 아카아시는 펜을 내려놓지 않고 서류를 계속 들여다보며 대답했다. 보쿠토가 큰 보폭으로 실내를 가로질러 책상 바로 앞까지 와서 그의 펜을 빼앗았다.
“그럼 왜 안하는 건데.”
“…….”
펜을 뺏긴 아카아시는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고 미간을 꾹꾹 눌렀다. 떼를 쓰는 어린애 보듯이 피곤하게 여기는 동작에 보쿠토의 눈썹이 하늘로 치켜올라갔다.
“묻잖아. 왜 안하는 거냐고!”
“그 쪽 형사님께서는 재판으로 끌고가서 뭘 어떡하고 싶으신지, 그게 더 궁금합니다만.”
“뭐, 뭐?”
“재판으로 가서 뭘 하고 싶으시냐고 물었습니다.”
아카아시는 상대를 올려다보았다. 타오르는 것 같은 황금색 눈동자, 잿빛이 섞여든 머리카락은 아마 본래 쭈삣쭈삣 세워두었을 것이겠으나 여기까지 오는 난리통에 엉망으로 헝클어져 있었다. 아카아시는 책상 위의 플라스틱 책꽂이에 꽂아두었던 사건 파일을 꺼냈다.
“당연히 감방에 쳐넣…….”
“용의자가 타치바나 도기 회장의 하나 있는 손자인 건 압니까? 법정이 아주 대단한 꼴이 되겠군요. 매스컴도 타겠습니다. TV에 나오고 싶으셔서 그럽니까?”
“뭐, 뭐야?”
“제 말이 이해가 안 되십니까? TV에 나오고 싶으셔서 그러냐 물었습니다만.”
“이 개새끼가 지금 말이면…….”
“아니면, 법정에 한 번 세우고서 무죄 확정 찍어주고 내려오시려고 그러십니까?”
아카아시가 차갑게 폴더를 닫으며 그를 쳐다보았다. 그와 눈을 마주한 보쿠토가 이를 바득 갈았다.
“……뭐라고?”
“말을 못 알아 들으시는 겁니까, 아니면 이해를 안 하시는 겁니까? 무죄 확정 받아주고 싶어서 그러시냐 물었습니다.”
“……지금 질 것 같으니까 기소 안 하겠다, 이거냐?”
“솔직하게 말해서, 예. 그렇습니다.”
보쿠토의 금빛 눈동자가 이글이글 타올랐다. 마주하고 있는 아카아시를 눈빛만으로도 찔러 죽여버릴 것 같은 시선이었다.
“애가 죽을 뻔했어. 그 새끼 때문이라고. 그런데 기소를 못하시겠다? 질 게 뻔하니까?”
“자살 미수라고 알고 있습니다만.”
“그래! 자살! 그 어린 게 왜 목을 맸겠냐!”
“지금 의식 불명에 유서 한장 남아 있지 않았다는데 그걸 누가 압니까.”
“이 개새끼가……!”
아카아시가 무표정한 얼굴로 보쿠토를 쳐다보았다.
“저도 설득하지 못하면 이 건은 법정에 세워보았자 소용 없습니다. 타치바나 회장은 하나뿐인 손자를 포기할 마음이 없으니까요.”
“뭐, 무슨…….”
“상대 변호사가 누군지 아십니까.”
“누, 누군데!”
“그것도 모르시면서 이 정도로 기소해 달라고 하시면 곤란합니다.”
“이…….”
“나가보세요.”
아카아시가 지나치게 담백하여 무정하게 느껴지는 목소리로 말하며 손을 내밀었다. 가져간 펜을 되돌려달라는 뜻이었다. 보쿠토가 이를 바득 갈고는 손에 있던 펜을 반으로 뚝 부러뜨려 아카아시의 손 위에 떨어뜨려주었다. 검은 잉크가 그의 손 위로 후두둑 쏟아지는 것을 보며 보쿠토가 몸을 휙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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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헷갈리는데, 검사님.”
“뭐가 말입니까.”
“기소 못한다며, 질 게 뻔하니까. 그런데 여기서 뭐하는 거야? 그것도 검사님이 직접?”
“지나가는 길이라고 했잖습니까.”
“어디로 가는 길인데? 여길 지나가서?”
“저쪽으로 쭉 가면 마티니를 끝내주게 해주는 바가 있습니다.”
“아 정말? 그렇게 맛있어? 어디……. 커흐흠. 아니 그걸 묻는 게 아니잖아!”
“어디로 가는 길이냐고 하시길래요.”
아카아시가 뚱하게 대답한다. 보쿠토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매사에 칼같은 줄 알았는데 의외의 모습이었다. 보쿠토의 얼굴을 보고서 아카아시가 붙잡힌 자신의 손목을 조금 비틀었다. 보쿠토는 자신의 손안에서 빠져나가려고 힘을 주는 아카아시의 손목을 내려다보다 손에서 힘을 풀었다.
“여기서 뭘 봤어?”
“지나가는 길이라고 말한 걸로 아는데요.”
아카아시가 다시 걸어가려고 해서, 보쿠토는 씩 웃으며 날렵하게 그의 앞을 막아섰다. 아카아시가 다른 방향으로 발을 내딛었지만 다시 그 앞도 막아선다. 아카아시가 결국 포기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곤 고개를 틀어 가로등이 비추는 길 너머 먼 곳을 바라보았다. 보쿠토 역시 아카아시의 눈길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찍힌 증거 화면이 너무 흐릿해서, 그것으론 부족했습니다.”
“그, 그건 나도 알아!”
“그렇지만 틀림없이 어딘가에 좀 더 선명하게 찍혀있을 겁니다.”
아카아시가 보쿠토의 대답엔 크게 신경 쓰지 않은 채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보쿠토는 아카아시가 바라보는 방향으로 눈을 가느다랗게 떴다. 깨진 가로등이 날카로운 빛을 내리찍는 2차선 차도 너머, 수풀을 지나 그 사이로 아주 작고 빨간 불빛이 한 번 반짝거렸다가 다시 나뭇잎 사이로 사라졌다.
“어!?”
“여기, 그런 장소로 유명하니까요. 분명 몰래 찍어대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카아시가 차도를 건너 수풀가로 척척 걸어간다. 보쿠토가 허겁지겁 그를 따라가며 물었다.
“그, 그런 장소라니?”
“인적이 드물고 CCTV도 별로 없어서 주로 불륜 커플들이 카섹…….”
“와와와왓! 아, 알았어! 알았어! 뭔지 알겠어!”
보쿠토가 화들짝 놀라서 아카아시의 말을 끊었다. 형사로 밥벌어 먹고 산 세월이 있으니 거친 말이나 표현은 숨 쉬는 것처럼 익숙한데 저 희끗한 표정의 검사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는 건 왠지 견딜 수 없이 부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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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얘기라도 있는 거야? 보쿠토의 질문에 아카아시는 잠시 걸음을 내딛는 속도를 늦췄다. 보쿠토 역시 주춤하며 그를 돌아보았다. 아카아시?
“바라는 것 하나만 보고 달려가는 사람은......., 그 바라는 것 하나가 갑자기 꺼질 것처럼 흔들리면 견딜 수가 없습니다.”
“뭐......?”
“꺼질 걸 상상도 해 본적이 없다면 더하죠.”
아카아시의 목소리는 진득하고 깊었다. 보쿠토가 아카아시의 손목을 잡아챘다.
“아카아시?”
“......그 아이의 얘깁니다. 의대에 들어와서, 그 이후로도 한 시도 공부를 놓지 않을 정도라면 이루고 싶은 게 있어서겠죠. 안 그렇습니까?”
“.......”
보쿠토는 천천히 손을 풀었다. 고개를 살짝 기울인 채로 말을 하는 아카아시는 여전히 앞을 보고 있었다.
“앞만 보고 왔겠죠. 다른 걸 돌아볼 시간은 없었겠지요. 그것밖에 없는 겁니다. 그런 사람일수록 흔들기 쉽지요. 알리바이만이라도 깨면 그 다음은 할 만할 겁니다.”
아카아시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보쿠토는 잠시 말이 없다가 아카아시의 등을 팡팡 내리치며 자신만 믿으라 큰소리쳤다.
“믿겠습니다.”
아카아시가 보쿠토를 보며 고개를 까딱했다. 그대로 대로로 나가 안녕을 말하고는 돌아선다. 멀어지는 걸음은 여전히 느렸지만 보쿠토의 시야에서 아카아시가 사라지기까지는 눈 깜빡할 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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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가 터널 드라이브는 아니었는데.......”
“멀다고 말 했잖아요.”
“아, 아냐. 누가 뭐래!?”
운전대를 잡고 있는 보쿠토가 빼액 소리쳤다. 두 사람은 차 안이었다. 터널을 지나는 중이라 차 내부도 어둑했다. 아카아시는 보쿠토의 말에 툭 응대해주고는 다시 손에 쥐고 있는 휴대전화로 고개를 돌렸다. 보쿠토가 옆을 흘끗 바라보았다.
“뭐 급하게 올 소식이라도 있어? 아까부터 계속 폰만 쳐다보고 있고. 뭐 애, 애, 애인이라도 있는 거야?”
“애, 애, 애인은 없고, 볼 풍경이 마땅찮아서 그냥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만. 보쿠토 씨 말대로 터널이잖습니까.”
“......놀리지 마.”
놀린 것처럼 들렸습니까, 아카아시의 말에 보쿠토가 눈동자를 피하며 입을 삐죽거렸다. 그 모습을 보던 아카아시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취조실에선 박력이 대단하시더니.”
“‘취조실에선’? 여기선 아니란 말이야?”
“어린애.......”
“뭐어!”
“아닙니다.”
“다 들었거든!?”
“그러셨습니까?”
보쿠토는 빽빽거리다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서 핸들에 몸을 기대었다. 운전에 집중하셔야죠, 하는 아카아시의 말에도 ‘집중하고 있어!’라고 뚱하게 대답하기만 했다.
“......취조실에서는 뭐 아직 사회생활도 안 해본 애 가지고 박력 어쩌고 할 게 있냐.”
“그래도요.”
“게다가 반은 네 말대로 한 건데 뭐.”
보쿠토는 슬며시 허리를 펴며 아카아시를 흘끗 바라보았다. 세상 물정도 모르는 대학생 풋내기를 상대로 윽박지른 것이 무어 박력씩이나 필요한 일이겠는가.
그 외 구간 샘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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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쿠아카 재록본 <꽃잎의 행방>
140*210(약 a5사이즈) | 412P | 가격 20000원
재록본입니다! 수록된 작품은 <어린애>, <달콤한 당신>, <민들레>, <병이에요>, <다시, 첫눈에>, <사막의 밤>, <부르는 소리, 맞잡는 손>, <Silent night>, <충고>, <안개꽃>, <사랑이 맴돈다>, <시작>, <그대네요>, <흉터>, <사랑을 주세요!>, <그대 가슴에 입술 자국>, <질투는 녹색 눈의 괴물>, <발끝 아래엔 구름조각을>
그 외에 비공개 원고 분량이 약 100P 가량으로 단편 <술버릇>과 중편 <Pokarekare Ana>가 완결까지 실려있습니다. 재록본이기 때문에 별도의 샘플 공개는 없습니다.
+이후 몇몇 단편이 비공개될 예정입니다!
+표지 일러스트 :: Butters님이 힘써주셨습니다. 사랑합니다..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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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쿠아카 소설본 <연하의 남친이 직장상사입니다!>
140*210(약 a5사이즈) | 42P | 가격 5000원 | 인쇄본
아카아시가 보쿠토의 직장 상사로, 사귀는 두 사람의 짧은 에피소드입니다. 집에서 실수했더니 회사에서 구박받는 보쿠토의 아카아시 뒷담!
※ 인터넷 게시글과 댓글이 주된 내용으로 통신어체 + 자음 등이 난무합니다.
“여기 쓴 폰트 뭔가요.”
보쿠토는 움찔하며 차장이 가리키는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모니터 위에는 PPT 몇 장이 떠 있었다. 그가 이틀 내리 붙잡고 한 작품이었다. 걸작이야, 보쿠토는 때를 잊고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가 차장의 서늘한 눈치에 다시 몸을 움츠렸다.
“아, 그, 그게. 뭐였지…….”
“그리고 컬러톤이 너무 쨍한 빛이지 않나요.”
“에에.”
“이 폰트 말고 다른 좀 더 모양이 뚜렷한 걸로 쓰시고, 템플릿 전체적인 색깔 바꿔오세요. 좀 보기 편한 색으로. 내용은 나쁘지 않지만 텍스트가 좀 많은 편이니까 그것도 줄이고.”
“하지만 이거 슬라이드 진짜 많……. 네에…….”
보쿠토는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뒤통수로 차장의 눈길이 꽂히는 것이 느껴진다. 다시 책상 앞에서 모니터에 파일을 띄워본다. 두자리수의 슬라이드가 그를 열렬하게 환호했다.
결국 보쿠토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인터넷 브라우저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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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회사에서 남친이 짜증냄
글쓴이 : 유채남편
내용 :
남친이 상사인데 집에서 실수한 걸로 회사에서 짜증내 ppt 슬라이드 다 고치라고 함
보쿠토는 재빠르게 타다다닥 입력하고는 작성 완료 버튼을 눌렀다. 익명의 사람들이 잔뜩 모이는 웹사이트였고, 연인이자 직장 상사인 아카아시가 그를 못살게 굴 때면 줄곧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이용하는 곳이기도 했다. 대부분 아무도 반응해주지 않았지만 이렇게 어딘가에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제법 위안이 되었다.
보쿠토는 그렇게 글을 올려놓고, 아카아시가 말한 대로 프리젠테이션 파일의 템플릿을 수정하기 시작했다. 실상 무의미한 작업이었고 그러니 그의 말과 생각이 옳았다. 아카아시는 그저 심술을 부리고 있는 것이었다.
한창 전투적으로 작업을 하고서 다시 웹사이트를 열었더니 웬걸, 댓글이 달려 있다. 보쿠토는 눈을 반짝이며 자신의 게시글을 다시 열었다.
└ 네로 : 집에서 뭔 실수를 했는데?
“윽…….”
하필이면 제일 대답하기 찔리는 부분을 묻는다. 그냥 무시할까? 보쿠토는 잠깐 고민하다 그 아래에 답글을 달았다.
└ 유채남편 : 그게 밤에. 하자고.
└ 네로 : [산딸기]? 자꾸 하자는 거 님이 거절해서 그럼?
└ 유채남편 : 아니 남친이 쉬자는데 내가 계속 하자고 해서.......
└ 네로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유채남편 : 참을걸...
보쿠토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카아시는 웬만해서는 보쿠토를 거절하는 법이 없었다. 매사에 칼 같아보여도 분명 보쿠에게는 무른 면이 있었다. 그러니까 그 아카아시가 안 된다고 하면, 그 때는 말을 들어야했는데 어제 그만 열이 오른 탓에 고집을 부리고 말았던 것이다.
└ 안경닦이k : 지난번에 남친 컵 깨고 까인 거랑 동일인물인가
└ 네로 : 그건 또 뭔 얘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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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쿠아카 소설본 <Sincerely Yours>
140*210(약 a5사이즈) | 210P | 가격 15000원
보쿠토보다.. 많이 어린.. 보쿠토의.. 약혼자 소년 아카아시 두 사람이 만나서 성장해나가며 연애하는 이야기입니다. (전작 Dear Mine과는 스토리 상으로는 전혀 연관이 없으며 소재가 짝을 이루어 제목과 표지를 맞추었습니다! Dear Mine - 아이보쿠토x어른아카아시, Sincerely Yours - 어른보쿠토x아이 아카아시)
보쿠토는 그만 걸음을 딱, 멈춰 서고 말았다.
뒤따라오던 부친의 비서가 그의 등에 코를 박고는 울상을 짓는 것을 알았지만 보쿠토는 알고도 움직일 수 없었다. 방은 전통식으로 만들어 단아한 구석이 있었으나 장식이 적어 조금 휑했고, 그 다다미 위의 탁상에는 김조차 올라오지 않은 찻잔이 두 개 놓여있었다. 맞은편에 앉아있는 소년의 자태는 다소곳했다. 조금 여린 몸이 바르게 앉아있다가 고개를 들고 그를 바라본다. 가느다란 눈매 아래의 청록색 눈동자가 언뜻 엿보였다.
그러니까, 저 자리에 앉아 있기로 한 사람은,
오늘 그의 맞선 상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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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쿠토는 그대로 몸을 돌려 비서의 넥타이와 옷깃을 쥐어틀고 방을 나왔다. 고용인들이 허둥거리다 일단은 방문을 닫고 보쿠토는 곧장 비서를 쥐고 짤짤 흔들었다.
“미쳤어!?”
“도, 커헉, 도련님, 그것이…….”
“애잖아! 애! 초등학생 아냐? 저거?”
“마, 말씀 드렸는데요!”
“언제! 들은 적 없거든!”
보쿠토의 말에 비서가 억울함 그득한 표정으로 그를 올려다보았지만 보쿠토는 다시 비서를 쥐고 흔들며, 방금전 그가 보았던 믿을 수 없는 풍경만 되새겨보았다.
찻잔을 앞에 둔 상대는 초등학생이라고 쳐도 선이 가느다란 어린 소년이었다. 먹을 부어 만든 듯이 새카만 머리카락 아래에 얼굴이 희끗했고 그를 올려다보는 눈동자는 어린애 다운 기색 하나 없이 차분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애였다. 어린애.
“이번은 뭐 결혼 생각 어쩌고 하라며.”
“네, 그렇습니다. 이미 결정이 됐고요…….”
“뭐?”
보쿠토는 눈을 가늘게 떴다. 금빛 눈동자 안에 흉폭한 기류가 몰아치는 것을 똑똑히 확인한 비서가 침을 꿀꺽 삼켰다.
이 집안의 하나 있는 도련님은 기세가 등등하기로는 여느 무도가 못지 않고,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 앞에서 가차없기로는 시정잡배 뺨을 양쪽으로 날리고도 한 대가 더 남는 인물이었다. 좋게 말하자면 아직 젊어 혈기가 넘쳤고 나쁘게 말하자면 어디서 무슨 짓을 당할지 모르니 아무도 나쁘게 말하지는 않았다.
하여 그런 인물인데, 또 성적으로는 더할나위 없이 담백하여 여지껏 옆에 둔 사람이 하나 없었다. 부친이 어떻게 짝을 지어주려는 상대마다 차버리기 일쑤였다. 웃기만 하면 금방 순진한 표정을 할 수도 있으면서 그러지를 않았으며 눈을 매섭게 뜨면 박력이 남달라 그 얼굴로 날카롭게 몇 마디를 하면 버텨내는 사람이 없는 탓이었다. 보쿠토는 틀림없이 오늘 자리도 그렇게 튕겨낼 심산이었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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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오이 소설본 Concerto
140*210(약 a5사이즈) | 80P | 가격 7000원
음대생 피아노과 이와이즈미와 지휘과 오이카와의 이야기입니다. 오이카와가 이와이즈미의 피아노를 듣고 협주곡을 하자고 조르는, 큰 굴곡 없는 심심한 얘기예요.
주의사항 - 애들이 배구를 안합니다 / 소꿉친구 설정이 없습니다
이와이즈미는 천천히 건반을 눌렀다.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20번. 빠르지 않고 차분한 선율이 이어진다. ‘오이카와’라고 하면 연상할 수 있는 느낌과는 정반대의 우울하고 서정적인 분위기의 곡이 그의 생각을 씻겨내어주었다.
‘도대체 뭘 믿고 협주곡을 하자는 거지.’
언제, 어디서 연주를 하는지는 둘째치고서라도 학부생활 4년 동안 서로 스쳐지나가기만 해온 사이였다. 그가 오이카와의 이름을 알고 있는 것도 오이카와가 정말 대단한 유명인이기 때문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서로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을 게 분명했다. 그런데 협주곡을 같이 하자고!
그 얘기를 처음 한 게 어디에서였지?
‘바이올린과 시험이었나?’
반주를 해달라기에 해주고 나오는 길이었다. 설마 그 반주를 듣고서 하자는 말을 하는 건 아니겠지.
“에에, 이와쨩~! 음에 사심이 묻어나요~!”
꽝!
이와이즈미는 당장 손에 힘을 주고 건반을 내리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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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과에 천재다 날고 긴다 하면서 너랑 협주곡 한 번 해보고 싶다고 목 매는 애들 널렸다. 걔들한테 가봐.”
이와이즈미는 그 말을 끝으로 다시 고개를 박고 끝내지 못한 식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가 반이나 더 먹었을 때에도 흘끗 본 오이카와는 꼼짝도 하지 않은 채 그를 보고 있었다. 이와이즈미는 속을 헤집는 비명을 내지르고 싶은 맘을 꾹꾹 누르며 다시 고개를 들었다.
“아 또 뭐. 왜. 도대체 왜!”
“내가 언제 뭐 다른 누가 필요하댔어!?”
“…….”
“뭔데, 그러면 이와쨩은 무슨 협주곡 하는 데에 순서라도 있는 거야? ‘피아노과 과탑부터 1번, 그 다음은 천재라고 매스컴 탄 2번, 그 다음은 정기연주회에 독주 자리 따낸 3번’ 뭐 이런 거냐구!”
“너 되게 구체적이다?”
“아 정말! 대화에 집중 좀 해, 이와쨩! 왜 하기 싫은 건데!”
오이카와가 쥐고서 한 번도 쓰지 못한 젓가락을 테이블에 쾅 하고 내려놓으며 소리쳤고 식당 안이 삽시간에 조용해졌다. 이와이즈미는 질겁한 표정을 지으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죄송하다며 고개를 꾸벅 하는데 오이카와는 그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있다. 이와이즈미는 손에 쥐고 있는 수저를 내던지고픈 생각을 꾹꾹 눌러 참았다.
*
“엑? 아냐, 신경 안 써.”
이와이즈미는 피아노 뚜껑에 턱을 괴고 앉아서 멀뚱하니 오이카와를 바라보았다. 창틀 아래에 앉아서 악보를 보고 있던 오이카와였다. 반쯤 열린 창 바깥으로, 참 기막히게 지나가던 학생 둘이 ‘지휘과의 오이카와 토오루’에 대해 험담을 하며 갔다. 이와이즈미가 피아노라도 계속 치고 있었다면 들리지 않았을텐데 때마침 그 역시 연습을 끝내고 마무리지을 때였다.
사실 그들이 떠든 문장만으론 험담이라고 하기 어려웠다. 질시의 격한 표현 정도일 것이다. 천재면서 잘생기기까지 해서는, 얼굴로도 먹고살겠지, 그런 얘기였다.
“며칠 전에 인터뷰 있었거든. 그래서 그러는 거 아닐까나~ 싶기도 하고.”
“인터뷰?”
“세상에. 이와쨩, 혼자 섬에 살아요? 정말 정말 전혀 모르네.”
“네놈이 어디서 인터뷰 하든 알게 뭐냐.”
이와이즈미는 툭 내던지곤 악보와 가방을 챙겨들었다. 오이카와가 매정하다며 투덜거리면서도 서둘러 몸을 일으켜 그의 뒤로 따라붙었다.
“오늘 저녁 뭐 먹을까?”
질문은 터무니없이 자연스러웠다.
“라멘.”
이와이즈미의 말에 오이카와는 또 금방 눈을 접고 웃으며 이와쨩은 무슨 라면 먹을 거야, 하고 물어왔다. 이와이즈미는 몇 번 혀를 차곤 대답 없이 걸음의 보폭을 크게 했다. 사람 얼굴 보고 혀 차면서 가는 게 어딨냐고 오이카와가 목소리를 높인다.
이와이즈미는 왜 오이카와가 굳이 자신의 연습실까지 찾아오는지 조금쯤은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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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의 펄럭이는 커튼 아래엔 누군가 몸을 웅크린 채 졸고 있다. 오이카와였다.
이와이즈미는 팔자 좋게 남의 연습실에서 자고 있는 오이카와를 꽥 소리를 질러 깨울까 했다가, 기울어진 그 턱선이 한층 더 도드라져보여 그만 두고서 소리가 나지 않게 조용히 문을 닫았다.
‘왜 여기 와서 자고 있는 거야?’
피아노 앞에 앉아 턱을 괴고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자니 꼴이 가관이었다. 머리카락도 부스스하고, 살짝 말라서 걸친 옷도 헐거웠다. 연주회 준비가 힘들기는 한가보지. 쪽잠이라도 자러 왔나. 차라리 집에 가서 한숨 자고 뭐라도 먹고 하는 게 낫지 않나, 아무리 바빠도. 이와이즈미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오이카와를 바라보고 있는데 벽에 기대어 앉아서 졸고 있던 오이카와의 몸이 스르르 기울어갔다.
‘얼씨구.’
가만 보고 있자니 기어코 쓰러져 바닥에 머리를 박는다. 정신없이 깨서 부스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는 것까지 가관이었다.
“흐업. 이, 이와쨩. 왔어?”
오이카와가 퍼뜩 몸을 겨우 세우곤 뺨을 만지작거린다. 이와이즈미는 피식 웃었다.
“잘 잤냐?”
“깨우지…….”
“왜 여기서 자냐.”
“아, 다른 덴 너무 시끄러워서. 시험은 잘 했어?”
오이카와가 몸을 일으키며 기지개를 쭉 켰다. 창밖에서 불어온 바람에 그의 옷자락이 나부꼈다.
“뭐 그냥.”
“이와쨩은 아저씨예요? 맨날 뭐 전부 됐어, 그냥, 꺼져, 이래.”
“안 꺼지냐.”
“또 또 또. 이봐.”
삐죽삐죽, 애처럼 표정을 만든다. 이와이즈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남은 악보와 자잘한 물건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이카와가 그런 이와이즈미의 뒤로 따라붙었다.
“이와쨩, 이제 뭐 할 거야?”
“집에 갈거야.”
“그럼 우리 연습하는 거 보러 와!”
“…….”
오이카와가 활짝 웃으며 학교 안쪽을 가리킨다. 남은 손은 그의 옷자락을 붙잡고서 살랑살랑 흔들고 있다. 이와이즈미는 시간을 가늠했다. 지금은 한시 십오분, 연습실을 나갈 때가 열두시 좀 못 되었을 시간이었다.
‘이거 밥은 먹었나?’
연습실에 언제부터 와서 자고 있었는지 알 수가 없으니.
일견 보기엔 세상의 모든 게 그의 편인 듯 보이는 오이카와였다. 햇빛 아래에서 눈부시게 찬란한 외양과 아직 이와이즈미는 보지 못했으나 세간에 들려오는 그의 실력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 수록 그랬다. 언제나 여유있게 웃는 표정이 덧대어지면 모든 걸 손에 걸머쥐었다는 표현도 아깝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가 않았다.
그가 보는 총보는 매 페이지가 너덜너덜했다. 무슨 곡이든 말하면 모르는 법이 없었다. 오히려 그가 아무렇지 않게 얘기하는 곡들, 이와이즈미조차 들어보지 못한 게 있을 때가 있었다. 눈을 마주칠 때면 협연을 하자고 그를 졸라댔지만 말을 걸지 않으면 꼭 고개를 박고 악보를 보고 있거나 아니면 무언가를 듣고 있었다. 그것이 해가 떴을 때부터 달이 질때까지 매일매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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