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 대운동회 안내 (통판가능)
통판 링크 :: http://friedrich.pe.kr/xe/bill/654899
이와오이 소설본 Concerto
140*210(약 a5사이즈) | 80P | 가격 7000원
음대생 피아노과 이와이즈미와 지휘과 오이카와의 이야기입니다. 오이카와가 이와이즈미의 피아노를 듣고 협주곡을 하자고 조르는, 큰 굴곡 없는 심심한 얘기예요.
주의사항 - 애들이 배구를 안합니다 / 소꿉친구 설정이 없습니다
이와이즈미는 천천히 건반을 눌렀다.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20번. 빠르지 않고 차분한 선율이 이어진다. ‘오이카와’라고 하면 연상할 수 있는 느낌과는 정반대의 우울하고 서정적인 분위기의 곡이 그의 생각을 씻겨내어주었다.
‘도대체 뭘 믿고 협주곡을 하자는 거지.’
언제, 어디서 연주를 하는지는 둘째치고서라도 학부생활 4년 동안 서로 스쳐지나가기만 해온 사이였다. 그가 오이카와의 이름을 알고 있는 것도 오이카와가 정말 대단한 유명인이기 때문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서로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을 게 분명했다. 그런데 협주곡을 같이 하자고!
그 얘기를 처음 한 게 어디에서였지?
‘바이올린과 시험이었나?’
반주를 해달라기에 해주고 나오는 길이었다. 설마 그 반주를 듣고서 하자는 말을 하는 건 아니겠지.
“에에, 이와쨩~! 음에 사심이 묻어나요~!”
꽝!
이와이즈미는 당장 손에 힘을 주고 건반을 내리찍었다.
*
“우리 과에 천재다 날고 긴다 하면서 너랑 협주곡 한 번 해보고 싶다고 목 매는 애들 널렸다. 걔들한테 가봐.”
이와이즈미는 그 말을 끝으로 다시 고개를 박고 끝내지 못한 식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가 반이나 더 먹었을 때에도 흘끗 본 오이카와는 꼼짝도 하지 않은 채 그를 보고 있었다. 이와이즈미는 속을 헤집는 비명을 내지르고 싶은 맘을 꾹꾹 누르며 다시 고개를 들었다.
“아 또 뭐. 왜. 도대체 왜!”
“내가 언제 뭐 다른 누가 필요하댔어!?”
“…….”
“뭔데, 그러면 이와쨩은 무슨 협주곡 하는 데에 순서라도 있는 거야? ‘피아노과 과탑부터 1번, 그 다음은 천재라고 매스컴 탄 2번, 그 다음은 정기연주회에 독주 자리 따낸 3번’ 뭐 이런 거냐구!”
“너 되게 구체적이다?”
“아 정말! 대화에 집중 좀 해, 이와쨩! 왜 하기 싫은 건데!”
오이카와가 쥐고서 한 번도 쓰지 못한 젓가락을 테이블에 쾅 하고 내려놓으며 소리쳤고 식당 안이 삽시간에 조용해졌다. 이와이즈미는 질겁한 표정을 지으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죄송하다며 고개를 꾸벅 하는데 오이카와는 그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있다. 이와이즈미는 손에 쥐고 있는 수저를 내던지고픈 생각을 꾹꾹 눌러 참았다.
*
“엑? 아냐, 신경 안 써.”
이와이즈미는 피아노 뚜껑에 턱을 괴고 앉아서 멀뚱하니 오이카와를 바라보았다. 창틀 아래에 앉아서 악보를 보고 있던 오이카와였다. 반쯤 열린 창 바깥으로, 참 기막히게 지나가던 학생 둘이 ‘지휘과의 오이카와 토오루’에 대해 험담을 하며 갔다. 이와이즈미가 피아노라도 계속 치고 있었다면 들리지 않았을텐데 때마침 그 역시 연습을 끝내고 마무리지을 때였다.
사실 그들이 떠든 문장만으론 험담이라고 하기 어려웠다. 질시의 격한 표현 정도일 것이다. 천재면서 잘생기기까지 해서는, 얼굴로도 먹고살겠지, 그런 얘기였다.
“며칠 전에 인터뷰 있었거든. 그래서 그러는 거 아닐까나~ 싶기도 하고.”
“인터뷰?”
“세상에. 이와쨩, 혼자 섬에 살아요? 정말 정말 전혀 모르네.”
“네놈이 어디서 인터뷰 하든 알게 뭐냐.”
이와이즈미는 툭 내던지곤 악보와 가방을 챙겨들었다. 오이카와가 매정하다며 투덜거리면서도 서둘러 몸을 일으켜 그의 뒤로 따라붙었다.
“오늘 저녁 뭐 먹을까?”
질문은 터무니없이 자연스러웠다.
“라멘.”
이와이즈미의 말에 오이카와는 또 금방 눈을 접고 웃으며 이와쨩은 무슨 라면 먹을 거야, 하고 물어왔다. 이와이즈미는 몇 번 혀를 차곤 대답 없이 걸음의 보폭을 크게 했다. 사람 얼굴 보고 혀 차면서 가는 게 어딨냐고 오이카와가 목소리를 높인다.
이와이즈미는 왜 오이카와가 굳이 자신의 연습실까지 찾아오는지 조금쯤은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창가의 펄럭이는 커튼 아래엔 누군가 몸을 웅크린 채 졸고 있다. 오이카와였다.
이와이즈미는 팔자 좋게 남의 연습실에서 자고 있는 오이카와를 꽥 소리를 질러 깨울까 했다가, 기울어진 그 턱선이 한층 더 도드라져보여 그만 두고서 소리가 나지 않게 조용히 문을 닫았다.
‘왜 여기 와서 자고 있는 거야?’
피아노 앞에 앉아 턱을 괴고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자니 꼴이 가관이었다. 머리카락도 부스스하고, 살짝 말라서 걸친 옷도 헐거웠다. 연주회 준비가 힘들기는 한가보지. 쪽잠이라도 자러 왔나. 차라리 집에 가서 한숨 자고 뭐라도 먹고 하는 게 낫지 않나, 아무리 바빠도. 이와이즈미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오이카와를 바라보고 있는데 벽에 기대어 앉아서 졸고 있던 오이카와의 몸이 스르르 기울어갔다.
‘얼씨구.’
가만 보고 있자니 기어코 쓰러져 바닥에 머리를 박는다. 정신없이 깨서 부스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는 것까지 가관이었다.
“흐업. 이, 이와쨩. 왔어?”
오이카와가 퍼뜩 몸을 겨우 세우곤 뺨을 만지작거린다. 이와이즈미는 피식 웃었다.
“잘 잤냐?”
“깨우지…….”
“왜 여기서 자냐.”
“아, 다른 덴 너무 시끄러워서. 시험은 잘 했어?”
오이카와가 몸을 일으키며 기지개를 쭉 켰다. 창밖에서 불어온 바람에 그의 옷자락이 나부꼈다.
“뭐 그냥.”
“이와쨩은 아저씨예요? 맨날 뭐 전부 됐어, 그냥, 꺼져, 이래.”
“안 꺼지냐.”
“또 또 또. 이봐.”
삐죽삐죽, 애처럼 표정을 만든다. 이와이즈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남은 악보와 자잘한 물건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이카와가 그런 이와이즈미의 뒤로 따라붙었다.
“이와쨩, 이제 뭐 할 거야?”
“집에 갈거야.”
“그럼 우리 연습하는 거 보러 와!”
“…….”
오이카와가 활짝 웃으며 학교 안쪽을 가리킨다. 남은 손은 그의 옷자락을 붙잡고서 살랑살랑 흔들고 있다. 이와이즈미는 시간을 가늠했다. 지금은 한시 십오분, 연습실을 나갈 때가 열두시 좀 못 되었을 시간이었다.
‘이거 밥은 먹었나?’
연습실에 언제부터 와서 자고 있었는지 알 수가 없으니.
일견 보기엔 세상의 모든 게 그의 편인 듯 보이는 오이카와였다. 햇빛 아래에서 눈부시게 찬란한 외양과 아직 이와이즈미는 보지 못했으나 세간에 들려오는 그의 실력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 수록 그랬다. 언제나 여유있게 웃는 표정이 덧대어지면 모든 걸 손에 걸머쥐었다는 표현도 아깝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가 않았다.
그가 보는 총보는 매 페이지가 너덜너덜했다. 무슨 곡이든 말하면 모르는 법이 없었다. 오히려 그가 아무렇지 않게 얘기하는 곡들, 이와이즈미조차 들어보지 못한 게 있을 때가 있었다. 눈을 마주칠 때면 협연을 하자고 그를 졸라댔지만 말을 걸지 않으면 꼭 고개를 박고 악보를 보고 있거나 아니면 무언가를 듣고 있었다. 그것이 해가 떴을 때부터 달이 질때까지 매일매일이었다.
*****
보쿠아카 소설본 Dear Mine
140*210(약 a5사이즈) | 250P | 가격 15000원
어린 도련님 보쿠토와, 불가피한 사정으로 함께 지내게 되면서 그런 도련님과 놀아주게 된 아카아시의 이야기입니다. 어린 보쿠토와 중학생인 아카아시가 만나서 성인으로 성장하며 여러색깔의 정을 쌓아나가요! 전체 연령가의 가벼운 이야기입니다 :) 라고 쓰고 역키잡물이라고 한다고 했습니다...
주의사항 - 연령반전(보쿠토가 연하, 아카아시가 연상), 나이차이(약 7살 정도의 나이차이 있습니다), 보쿠토의 가정사 날조, 아카아시 가정사 날조
그렇게 도착한 곳은 집이라고 하기 보다는 성에 가까운 호화로운 저택이었다. 그에게 주어진 방은 그가 부모님과 살던 집과 비슷했다. 이 모든 걸 거저 받을 수는 없다는 아카아시에게, 류이치로는 말했다. 그렇다면 일과를 끝낸 저녁 무렵에 아이라도 봐주었으면 한다고.
그리고 눈 앞에서 그를 향해 ‘보쿠토 씨라고 해!’라고 외친 이 꼬마가, 류이치로가 말한 그 아이였다.
‘몇 살이라고 했더라…….’
만 여섯살이라고 했던가, 일곱살이라고 했던가. 중학교 3학년인 그보다 일곱살 어리다는 이야기는 언뜻 들었다. 하지만 잿빛이 섞인 머리카락 너머로 언뜻 보이는 굳은 금빛 눈동자는 여느 평범한 어린 아이 같은 느낌은 아니었다. 보통 애가 면전에다 대고 자기를 보쿠토 씨라고 부르라고 외치지도 않겠지만.
저 소년, 보쿠토 코타로는 그가 어적잖히 마음에 차지 않는 모양이었다. 아카아시는 자신과 보쿠토 앞에 놓인 요리가 식어가는 걸 보며 재차 한숨을 삼켰다.
“식사. 안 드십니까?”
“안 먹어!”
보쿠토가 빽 소리치곤 고개를 돌린다. 아카아시는 스스로를 돌이켜보았다. 그렇게 첫눈에 밉보일 짓을 했던가? 코타로 님이라고 부르려고 했던 게 그렇게 큰 잘못이었나? 하지만 보쿠토 씨라고 부르라 하는 얘기에 곧장 그렇게 해주었는데도 뭐가 마음에 안 드는거지.
“그래요. 알겠습니다.”
이 저택의 주인은 그에게 자신의 아이를 돌봐달라고 하긴 했지만, 아카아시는 밥 먹기 싫다고 뻗대는 아이를 붙잡고 하나하나 먹이는 재주는 없었다. 뒤에 선 고용인들이 안절부절 못하는 게 보였으나 아카아시는 묵묵하게 수저를 집어들었다.
곧 실내는 아카아시가 식기 부딪히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아카아시가 조용히 밥을 먹는 동안 보쿠토는 여전히 고개를 휙 돌린 채였다. 5분 쯤 지났을 때 소년이 슬금슬금 고개를 돌려서 그를 본다. 아카아시는 눈도 마주치지 않고서 밥을 먹었다. 아카아시가 식사를 끝냈을 때 옆에 서 있던 고용인이 조그만 접시에 반으로 자른 양갱과 차를 내어왔다. 후식이었다.
“어.”
그리고 ‘안 먹어!’ 이후로 입을 꾹 다물고 있던 소년이 처음으로 소리를 냈다. 아카아시는 고개를 들고 소년을 쳐다보았다. 소년의 눈동자가 반짝 빛난다. 옆에서 고용인들이 빙긋 웃고 있는 게 익숙한 반응인 듯 싶었다. 좋아하는 건가.
“이건 후식입니다만.”
“…아?”
식사를 거른 소년에게 좋아하는 과자라도 먹이려고 한 건지 웃는 얼굴로 양갱을 한 접시 더 내오던 고용인들이 소년의 뒤에서 멈칫했다. 아카아시는 무표정한 얼굴로 양갱을 한술 떠 입에 집어넣고는 다시 말했다.
“밥을 먹고 난 후에 먹는 겁니다. 보쿠토 씨는 식사 안 하셨으니 못 드시죠.”
“……아, 안 먹을거야! 나도 알아!”
소년이 빽 소리치고 뒤에 서 있던 고용인들은 다시 안절부절 못하는 얼굴이 되어서 쩔쩔 매는 걸 알면서도 아카아시는 말을 물리지 않았고 소년은 고집을 물리지 않았다. 아카아시는 자신이 식사를 모두 끝내고 고용인들이 테이블을 전부 치우는 것까지 보고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
아카아시는 자신이 엎어두었던 책을 집어들며 한숨을 삼켰다. 아니나 다를까, 소년은 금방 또 꾸벅거리기 시작한다.
“보쿠토 씨.”
“헙. 아, 안 잤어.”
이름을 부르면 퍼뜩 깨어났다가, 다시 또 졸고. 아카아시는 그 모습을 쳐다보다 자리에서 일어나 소년을 번쩍 안아들었다. 소년은 안 잤다며 내려놓으라고 버둥거렸지만 잠기운에 취해 힘이 있는 동작은 아니었다.
“너, 이름……. 뭐야…….”
한참을 그러던 소년이 잠에 겨운 목소리로 묻는다. 아카아시는 소년을 안아든 채 조금은 어색한 동작으로 등을 토닥거리며 대답해주었다. 아카아시 케이지입니다. 아카아시, 그 말을 중얼거리던 조그만 고개가 툭 그의 어깨에 기대었다.
아카아시는 처음보다 훨씬 더 세심한 동작으로 주의를 기울여 소년을 침대에 뉘어주었다. 이불을 덮어주는데 소년이 잠결에 팔을 뻗어 그의 손을 꽉 쥔다. 아카아시는 소년의 머리카락을 살살 쓸어주었다. 그의 손가락 사이로 잿빛 머리카락이 사르르 흩어진다. 소년의 손에서 천천히 힘이 빠졌다. 아카아시는 문 닫는 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용히 소년의 침실을 빠져나왔다.
*
아카아시는 하교하고서 교복도 갈아입지 못한 채 소년의 방으로 향해야 했다. 중학교 3학년, 마지막 학기 수업이 시작된지 이틀째였다. 고용인들이 잔뜩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걸음을 빨리한다. 아카아시가 소년의 방에 들어갔을 때 소년은 방 안에 없었다.
“도련님, 아카아시 님 오셨어요! 도련님!”
저택의 입구에서부터 아카아시를 기다려 데려온 고용인이 서둘러 목소리를 높였다.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난 건 반쯤 문이 열린 침실쪽에서였다. 아카아시는 어깨에 매고 있던 가방을 벗으며 고용인을 따라 침실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드넓은 침대에 조그맣고 동그란 뭉치가 천을 뒤집어쓰고서 웅크리고 있다. 아카아시는 넥타이를 헐겁게 만들며 침대 쪽으로 다가갔다.
“보쿠토 씨.”
“…….”
덩어리가 움찔하지만 풀리지는 않는다. 아카아시는 설명을 구하는 표정으로 고용인을 바라보았다. 고용인이 귀애하는 마음과 곤란함을 적당히 섞은 표정으로 속삭였다.
‘아카아시 님이 늦게 오셔서 많이 기다리셨어요.’
기다려? 나를? 아카아시는 고개를 갸웃하다가 한숨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속을 꾹 누르며 조그만 덩어리를 내려다보았다. 만나서 하는 말 중에 제일 자주 들은 말은 ‘싫어!’, ‘안 해!’ 인데.
“보쿠토 씨? 숨막히지 않습니까, 그거.”
“…….”
“아니면 말고.”
“수, 숨막혀.”
소년이 풀썩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트를 감싼 채 웅크리고 있었던 탓인지 뺨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황금색 눈동자가 그를 쏘아보았다.
“왜 이렇게 늦은거야! 아카아시!”
“오늘부터 늦는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진짜 늦을 줄 몰랐다고!”
“진짜 늦습니다.”
“왜!?”
말도 되지 않는 얘기를 들었다는 것같은 표정이었다. 아카아시는 팔을 뻗어 소년을 가볍게 들어올렸다. 소년은 버둥거리지 않았고 아카아시는 소년을 바닥에 세워줄 수 있었다.
“그야 학교 수업도 있고 부활동도 있으니까요.”
한 걸음 앞서서 침실 밖으로 향하자 소년은 그를 놓칠세라 빠르게 따라붙었다. 종종거리는 발이 넘어지지 않도록 아카아시는 조금 걸음을 늦춰주었다. 침실 바깥쪽에 마련된 테이블에는 저녁상이 올라오고 있었다.
“부활동?”
“네, 부활동. 배구부.”
“배구?”
“공놀이 같은 거예요.”
“공놀이…….”
아카아시는 소년이 제대로 올라갈 수 있도록 의자를 빼주다 속으로 혀를 찼다. 소년의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이 난다. 반드시 뭐라도 해버릴 기세였다. 괜한 얘기를 꺼냈나 하는 후회가 들지만 늦었다.
“재밌어?”
“글쎄요.”
“……재미없어?”
배구를 하는 게 재미 문제였던 건 초등학교 때 이미 끝이 났다. 아카아시는 그 얘기를 어떻게 할까 고민하며 수저를 손에 쥐었다.
“재미보다는, 음. 잘하고 싶으니까요.”
“잘하고 싶어?”
소년은 그다지 이해가 되지 않는 듯 고개를 갸웃한다. 아카아시는 쉽게 설명할 단어를 찾을 수 없어서 그냥 나직하게 말했다.
“네.”
“……그럼 아카아시는 나보다 배구가 더 좋아?”
“네.”
“…….”
아카아시는 담백하게 긍정했다. 소년의 얼굴이 보기좋게 찌그러진다. 곧 소년도 숟가락을 집어들었다. 밥을 퍼올리는 작고 앳된 손이 전에 없이 폭력적이었다. 아카아시는 나직하게 말했다.
“밥풀 튑니다, 보쿠토 씨.”
“~~!”
소년이 숫제 억울한 얼굴로 그를 획 쳐다보았다가 다시 고개를 떨어뜨렸다. 잿빛이 섞여든 검은 머리카락에 감싸인 조그만 정수리가 보인다. 소년의 숟가락질이 강제로 억눌린 느낌이 들 때, 아카아시는 소년의 밥숟갈 위에 고기 조림 하나를 올려주었다. 귀까지 빨갛게 된 소년이 소리 없이 입술만 삐죽거리다가 반찬이 올라간 밥을 한 입에 집어넣고 기세좋게 우물거렸다. 아무 말 없이 밥을 먹는 모습만은 조금 귀여워서 아카아시는 한 번 더 반찬을 올려주었다.
*
“아카아시, 힘들어?”
보쿠토가 그 사이 또 쪼르르 그에게 다가와 그를 올려다보았다. 아카아시는 아무 말 없이 보쿠토를 내려다보기만 했다. 천진한 금빛 눈동자가 그를 올려다본다. 아카아시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고개를 저었다.
“아카아시, 낮잠 잘래?”
“낮잠 주무실 분은 보쿠토 씨죠.”
“나는 아까 잤어!”
그러셨습니까. 그 말에 보쿠토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의 손을 이끌고 침실로 향한다. 정말로 괜찮은데요, 그렇게 말해도 보쿠토는 듣는 기색이 아니었다. 아카아시는 결국 보쿠토의 손을 뿌리치지 못하고 침대에 앉고서 쓴웃음을 지었다.
“자, 얼른!”
“저 졸립진 않습니다만…….”
“그래도 힘들면 자야해!”
아카아시의 손에 반절이나 찰까 싶은 조막만한 손이 팡팡 침대를 두드렸다. 아무래도 그가 침대에 눕기 전까지는 양보하지 않을 기세다. 아카아시는 어쩔 수 없이 일단 침대에 누웠다. 보쿠토가 침대에 몸을 기대어 그를 바라본다.
“얼른 자!”
“…….”
그게 옆에서 그렇게 보고 있는데 몇 초만에 뚝딱 잠들고 그러지는 못합니다만. 아카아시는 차마 하고 싶은 말은 하지 못하고 네, 하며 얌전히 누운 채 눈을 감았다. 그 사이에 보쿠토가 부산스럽게 침대머리맡과 다리쪽을 오가며 그의 몸 위에 이불을 덮어주기까지 한다.
“…….”
“……아카아시, 자?”
몇 분이나 지났을까. 귓가로 어린 애가 조심조심 묻는 목소리가 맴돌았다. 아카아시는 웃음이 올라오려는 걸 꾹 누른 채 자는 척했다. 조그만 손이 그의 가슴께 근처를 토닥 토닥 도담이는 것이 이부자락 너머로 느껴졌다.
“헤헤, 아카아시 잔다…….”
아카아시는 그 목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의식 아래로 파고들었다. 밤은 언제나 혼자만의 시간이었고 어둠 속에서 침대의 시트에 몸을 기대는 순간은 속의 어딘가가 휑하니 비었다는 것을 실감하게 했다. 그래서 그에게 잠은 그저 고된 의무였다.
“아카아시, 잘자아.”
소년의 목소리에 들뜬 감정이 실린 채 그의 근처를 맴돈다. 머나먼 곳까지 향하는 밤길, 조그만 반딧불이 점점이 켜져간다. 아카아시는 어쩐지 나른해져 눈을 뜰 수가 없어서 그 어린 목소리에 몸을 맡기고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
몸에 꼭 맞춘 정장을 걸치고 머리를 정돈한 보쿠토는 일개 고등학생이라고 보기 어려운 박력이 있었다. 꾸준한 운동으로 다져진 몸과 훤칠한 키도 한 몫했다. 표정, 그저 어린애같이 감정이 확연히 드러나는 표정만이 조금 위화감을 불러 일으킬 뿐이다.
“아카아시는…….”
“……?”
커프스 단추를 소맷단에 매달던 아카아시는 고개를 들고 보쿠토를 쳐다보았다. 준비를 다 끝낸 보쿠토가 아카아시의 방에 들이닥친 차였다. 커프스를 모두 단 아카아시가 타이로 손을 뻗을 때까지, 보쿠토는 말이 없었다.
아카아시는 거울 너머로 보쿠토를 바라보았다. 보쿠토가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이 역력한 얼굴로 그를 빤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보쿠토 씨?”
“…….”
결국 아카아시는 넥타이를 목에 감다 말고 뒤를 돌아보았다. 보쿠토가 양손을 들어올렸다가 주먹을 쥐었다가 다시 축 떨어뜨린다.
“……아카아시도 잘 어울려…….”
“……잘 어울린단 표정이 아니신데요.”
“아냐, 진짜야……. 정말이야…….”
갑자기 잔뜩 시무룩해져서는, 보쿠토는 터덜터덜 아카아시 방에 놓여있는 소파에 털썩 몸을 묻었다. 기운이 쭉 빠진 것마냥 무릎을 끌어올려서는 몸을 한껏 웅크린다. 아카아시는 속으로 혀를 차며 손에 들고 있던 타이를 내려놓고 보쿠토에게 다가갔다. 왜 갑자기 기분이 또 엉망이 된 건지.
“보쿠토 씨. 왜요.”
저러다 옷 다 구겨지겠다 싶어서 어떻게든 일으켜세우고 싶은데, 보쿠토는 아카아시를 흘끗 쳐다보곤 다시 무릎에 고개를 묻었다.
“……아카아시, 우리 가지 말까?”
한참만에 내놓은 보쿠토의 말은 터무니 없는 소리였다. 얘기를 듣자마자 아카아시는 미간에 힘을 주었다. 사람이 안 간다고 말을 할 때는 정색을 하면서 화를 내놓고 이제와서 가지 말자고?
“아, 아니. 내 말은 그러니까.”
아카아시의 기색이 험악해진 걸 눈치챘는지 보쿠토가 다급하게 변명조로 말을 늘어 놓는다. 아카아시는 할 말을 해보라는 표정 그대로 말 없이 보쿠토를 바라보았고 보쿠토는 서둘러 그냥 해본 말이었다고 말을 돌렸다.
*
“아, 벌써 재미 없을 것 같아.”
나카시마 사택까지 가는 길, 차 안에서 제멋대로 구겨뜨린 자세로 과자 하나를 입에 넣고 있던 보쿠토가 창밖을 바라보다 말고 돌연 휙 몸을 날려 아카아시의 무릎을 베고 누우며 투덜거렸다. 아카아시는 먼저 보쿠토의 손에 들린 과자를 뺏고 입가를 털어주며 한숨을 쉬었다.
“그렇지만도 않을 겁니다. 또래 친구분들도 있을 거예요.”
“친구는 아카아시도 있는데.”
“……제가 친굽니까, 네?”
“그, 그럼.”
아카아시가 웃음기를 섞어 묻는 말에 보쿠토가 귀를 빨갛게 물들이곤 획 고개를 돌렸다. 그래봤자 아카아시의 품에 더 파고드는 꼴이었다. 아카아시는 몸을 조금 숙여 보쿠토의 뺨에 묻은 부스러기를 세심하게 털어주었다. 이런 면은 아직도 아이같기만 하다.
“우리, 놀다가 도망칠까?”
“그럼 못 씁니다.”
“하아아. 아카아시 엄격해.”
“누구누구씨가 억지로 가자고 끌고와서요.”
“쳇.”
보쿠토가 한껏 투덜투덜 입을 삐죽거리며 아카아시의 정장을 잡아당겼다가, 안에 받쳐입은 흰 셔츠를 한 번 건드렸다가, 돌아누웠다가, 팔을 쭉 뻗었다가 그렇게 온통 정신산만하게 굴며 아카아시를 괴롭혔다. 그럴 때마다 아카아시는 정장과 셔츠는 바로하고 보쿠토가 돌아눕느라 구르지는 않을지 지긋이 바라보다가, 팔을 쭉 뻗는 건 자동차의 문에 부딪히지 않도록 손으로 가볍게 붙들었다.
“아카아시.”
“네.”
보쿠토는 쭉 뻗은 팔을 아카아시에게 맡긴 채 고개를 젖히고 아카아시를 올려다보았다. 아카아시가 보쿠토의 팔을 한 짝씩 다시 내려주며 보쿠토를 쳐다본다. 보쿠토가 물었다.
***
그 외 드림즈 안내
하이큐 오이카와 루트 장편 드림
140*210 / 상하 각 350p, 380p 총 730p
컬러표지 / 무광코팅 / 날개有
가격 - 상+하 세트 34000
본편 + 미공개 외전
샘플 : http://friedrich.pe.kr/xe/index.php?mid=maple&category=587240
테니스의 왕자 니오루트 드림
140*210 / 330p
컬러표지 무광코팅 날개有
연재분 + 미공개 외전
가격 - 17000
샘플 :: http://friedrich.pe.kr/xe/index.php?mid=afin&category=580843
겁쟁이페달 토도 루트 드림
140*210 / 250p
컬러표지 무광 날개
가격 - 15000
샘플 :: http://friedrich.pe.kr/xe/index.php?mid=afin&category=5808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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