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0 부엉이둥지 안내 (후쿠로다니 배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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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쿠아카 재록본 <꽃잎의 행방>
140*210(약 a5사이즈) | 412P | 가격 20000원
재록본입니다! 수록된 작품은 <어린애>, <달콤한 당신>, <민들레>, <병이에요>, <다시, 첫눈에>, <사막의 밤>, <부르는 소리, 맞잡는 손>, <Silent night>, <충고>, <안개꽃>, <사랑이 맴돈다>, <시작>, <그대네요>, <흉터>, <사랑을 주세요!>, <그대 가슴에 입술 자국>, <질투는 녹색 눈의 괴물>, <발끝 아래엔 구름조각을>
그 외에 비공개 원고 분량이 약 100P 가량으로 단편 <술버릇>과 중편 <Pokarekare Ana>가 완결까지 실려있습니다. 재록본이기 때문에 별도의 샘플 공개는 없습니다.
+이후 몇몇 단편이 비공개될 예정입니다!
+표지 일러스트 :: Butters님이 힘써주셨습니다. 사랑합니다..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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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쿠아카 소설본 <연하의 남친이 직장상사입니다!>
140*210(약 a5사이즈) | 42P | 가격 5000원 | 인쇄본
아카아시가 보쿠토의 직장 상사로, 사귀는 두 사람의 짧은 에피소드입니다. 집에서 실수했더니 회사에서 구박받는 보쿠토의 아카아시 뒷담!
※ 인터넷 게시글과 댓글이 주된 내용으로 통신어체 + 자음 등이 난무합니다.
“여기 쓴 폰트 뭔가요.”
보쿠토는 움찔하며 차장이 가리키는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모니터 위에는 PPT 몇 장이 떠 있었다. 그가 이틀 내리 붙잡고 한 작품이었다. 걸작이야, 보쿠토는 때를 잊고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가 차장의 서늘한 눈치에 다시 몸을 움츠렸다.
“아, 그, 그게. 뭐였지…….”
“그리고 컬러톤이 너무 쨍한 빛이지 않나요.”
“에에.”
“이 폰트 말고 다른 좀 더 모양이 뚜렷한 걸로 쓰시고, 템플릿 전체적인 색깔 바꿔오세요. 좀 보기 편한 색으로. 내용은 나쁘지 않지만 텍스트가 좀 많은 편이니까 그것도 줄이고.”
“하지만 이거 슬라이드 진짜 많……. 네에…….”
보쿠토는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뒤통수로 차장의 눈길이 꽂히는 것이 느껴진다. 다시 책상 앞에서 모니터에 파일을 띄워본다. 두자리수의 슬라이드가 그를 열렬하게 환호했다.
결국 보쿠토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인터넷 브라우저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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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회사에서 남친이 짜증냄
글쓴이 : 유채남편
내용 :
남친이 상사인데 집에서 실수한 걸로 회사에서 짜증내 ppt 슬라이드 다 고치라고 함
보쿠토는 재빠르게 타다다닥 입력하고는 작성 완료 버튼을 눌렀다. 익명의 사람들이 잔뜩 모이는 웹사이트였고, 연인이자 직장 상사인 아카아시가 그를 못살게 굴 때면 줄곧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이용하는 곳이기도 했다. 대부분 아무도 반응해주지 않았지만 이렇게 어딘가에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제법 위안이 되었다.
보쿠토는 그렇게 글을 올려놓고, 아카아시가 말한 대로 프리젠테이션 파일의 템플릿을 수정하기 시작했다. 실상 무의미한 작업이었고 그러니 그의 말과 생각이 옳았다. 아카아시는 그저 심술을 부리고 있는 것이었다.
한창 전투적으로 작업을 하고서 다시 웹사이트를 열었더니 웬걸, 댓글이 달려 있다. 보쿠토는 눈을 반짝이며 자신의 게시글을 다시 열었다.
└ 네로 : 집에서 뭔 실수를 했는데?
“윽…….”
하필이면 제일 대답하기 찔리는 부분을 묻는다. 그냥 무시할까? 보쿠토는 잠깐 고민하다 그 아래에 답글을 달았다.
└ 유채남편 : 그게 밤에. 하자고.
└ 네로 : [산딸기]? 자꾸 하자는 거 님이 거절해서 그럼?
└ 유채남편 : 아니 남친이 쉬자는데 내가 계속 하자고 해서.......
└ 네로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유채남편 : 참을걸...
보쿠토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카아시는 웬만해서는 보쿠토를 거절하는 법이 없었다. 매사에 칼 같아보여도 분명 보쿠에게는 무른 면이 있었다. 그러니까 그 아카아시가 안 된다고 하면, 그 때는 말을 들어야했는데 어제 그만 열이 오른 탓에 고집을 부리고 말았던 것이다.
└ 안경닦이k : 지난번에 남친 컵 깨고 까인 거랑 동일인물인가
└ 네로 : 그건 또 뭔 얘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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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쿠아카 소설본 <Sincerely Yours>
140*210(약 a5사이즈) | 210P | 가격 15000원
보쿠토보다.. 많이 어린.. 보쿠토의.. 약혼자 소년 아카아시 두 사람이 만나서 성장해나가며 연애하는 이야기입니다. (전작 Dear Mine과는 스토리 상으로는 전혀 연관이 없으며 소재가 짝을 이루어 제목과 표지를 맞추었습니다! Dear Mine - 아이보쿠토x어른아카아시, Sincerely Yours - 어른보쿠토x아이 아카아시)
보쿠토는 그만 걸음을 딱, 멈춰 서고 말았다.
뒤따라오던 부친의 비서가 그의 등에 코를 박고는 울상을 짓는 것을 알았지만 보쿠토는 알고도 움직일 수 없었다. 방은 전통식으로 만들어 단아한 구석이 있었으나 장식이 적어 조금 휑했고, 그 다다미 위의 탁상에는 김조차 올라오지 않은 찻잔이 두 개 놓여있었다. 맞은편에 앉아있는 소년의 자태는 다소곳했다. 조금 여린 몸이 바르게 앉아있다가 고개를 들고 그를 바라본다. 가느다란 눈매 아래의 청록색 눈동자가 언뜻 엿보였다.
그러니까, 저 자리에 앉아 있기로 한 사람은,
오늘 그의 맞선 상대였다.
*
보쿠토는 그대로 몸을 돌려 비서의 넥타이와 옷깃을 쥐어틀고 방을 나왔다. 고용인들이 허둥거리다 일단은 방문을 닫고 보쿠토는 곧장 비서를 쥐고 짤짤 흔들었다.
“미쳤어!?”
“도, 커헉, 도련님, 그것이…….”
“애잖아! 애! 초등학생 아냐? 저거?”
“마, 말씀 드렸는데요!”
“언제! 들은 적 없거든!”
보쿠토의 말에 비서가 억울함 그득한 표정으로 그를 올려다보았지만 보쿠토는 다시 비서를 쥐고 흔들며, 방금전 그가 보았던 믿을 수 없는 풍경만 되새겨보았다.
찻잔을 앞에 둔 상대는 초등학생이라고 쳐도 선이 가느다란 어린 소년이었다. 먹을 부어 만든 듯이 새카만 머리카락 아래에 얼굴이 희끗했고 그를 올려다보는 눈동자는 어린애 다운 기색 하나 없이 차분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애였다. 어린애.
“이번은 뭐 결혼 생각 어쩌고 하라며.”
“네, 그렇습니다. 이미 결정이 됐고요…….”
“뭐?”
보쿠토는 눈을 가늘게 떴다. 금빛 눈동자 안에 흉폭한 기류가 몰아치는 것을 똑똑히 확인한 비서가 침을 꿀꺽 삼켰다.
이 집안의 하나 있는 도련님은 기세가 등등하기로는 여느 무도가 못지 않고,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 앞에서 가차없기로는 시정잡배 뺨을 양쪽으로 날리고도 한 대가 더 남는 인물이었다. 좋게 말하자면 아직 젊어 혈기가 넘쳤고 나쁘게 말하자면 어디서 무슨 짓을 당할지 모르니 아무도 나쁘게 말하지는 않았다.
하여 그런 인물인데, 또 성적으로는 더할나위 없이 담백하여 여지껏 옆에 둔 사람이 하나 없었다. 부친이 어떻게 짝을 지어주려는 상대마다 차버리기 일쑤였다. 웃기만 하면 금방 순진한 표정을 할 수도 있으면서 그러지를 않았으며 눈을 매섭게 뜨면 박력이 남달라 그 얼굴로 날카롭게 몇 마디를 하면 버텨내는 사람이 없는 탓이었다. 보쿠토는 틀림없이 오늘 자리도 그렇게 튕겨낼 심산이었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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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쿠아카 소설본 구간 <Dear Mine>
140*210(약 a5사이즈) | 250P | 가격 15000원
어린 도련님 보쿠토와, 불가피한 사정으로 함께 지내게 되면서 그런 도련님과 놀아주게 된 아카아시의 이야기입니다. 어린 보쿠토와 중학생인 아카아시가 만나서 성인으로 성장하며 여러색깔의 정을 쌓아나가요! 전체 연령가의 가벼운 이야기입니다 :) 라고 쓰고 역키잡물이라고 한다고 했습니다...
주의사항 - 연령반전(보쿠토가 연하, 아카아시가 연상), 나이차이(약 7살 정도의 나이차이 있습니다), 보쿠토의 가정사 날조, 아카아시 가정사 날조
그렇게 도착한 곳은 집이라고 하기 보다는 성에 가까운 호화로운 저택이었다. 그에게 주어진 방은 그가 부모님과 살던 집과 비슷했다. 이 모든 걸 거저 받을 수는 없다는 아카아시에게, 류이치로는 말했다. 그렇다면 일과를 끝낸 저녁 무렵에 아이라도 봐주었으면 한다고.
그리고 눈 앞에서 그를 향해 ‘보쿠토 씨라고 해!’라고 외친 이 꼬마가, 류이치로가 말한 그 아이였다.
‘몇 살이라고 했더라…….’
만 여섯살이라고 했던가, 일곱살이라고 했던가. 중학교 3학년인 그보다 일곱살 어리다는 이야기는 언뜻 들었다. 하지만 잿빛이 섞인 머리카락 너머로 언뜻 보이는 굳은 금빛 눈동자는 여느 평범한 어린 아이 같은 느낌은 아니었다. 보통 애가 면전에다 대고 자기를 보쿠토 씨라고 부르라고 외치지도 않겠지만.
저 소년, 보쿠토 코타로는 그가 어적잖히 마음에 차지 않는 모양이었다. 아카아시는 자신과 보쿠토 앞에 놓인 요리가 식어가는 걸 보며 재차 한숨을 삼켰다.
“식사. 안 드십니까?”
“안 먹어!”
보쿠토가 빽 소리치곤 고개를 돌린다. 아카아시는 스스로를 돌이켜보았다. 그렇게 첫눈에 밉보일 짓을 했던가? 코타로 님이라고 부르려고 했던 게 그렇게 큰 잘못이었나? 하지만 보쿠토 씨라고 부르라 하는 얘기에 곧장 그렇게 해주었는데도 뭐가 마음에 안 드는거지.
“그래요. 알겠습니다.”
이 저택의 주인은 그에게 자신의 아이를 돌봐달라고 하긴 했지만, 아카아시는 밥 먹기 싫다고 뻗대는 아이를 붙잡고 하나하나 먹이는 재주는 없었다. 뒤에 선 고용인들이 안절부절 못하는 게 보였으나 아카아시는 묵묵하게 수저를 집어들었다.
곧 실내는 아카아시가 식기 부딪히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아카아시가 조용히 밥을 먹는 동안 보쿠토는 여전히 고개를 휙 돌린 채였다. 5분 쯤 지났을 때 소년이 슬금슬금 고개를 돌려서 그를 본다. 아카아시는 눈도 마주치지 않고서 밥을 먹었다. 아카아시가 식사를 끝냈을 때 옆에 서 있던 고용인이 조그만 접시에 반으로 자른 양갱과 차를 내어왔다. 후식이었다.
“어.”
그리고 ‘안 먹어!’ 이후로 입을 꾹 다물고 있던 소년이 처음으로 소리를 냈다. 아카아시는 고개를 들고 소년을 쳐다보았다. 소년의 눈동자가 반짝 빛난다. 옆에서 고용인들이 빙긋 웃고 있는 게 익숙한 반응인 듯 싶었다. 좋아하는 건가.
“이건 후식입니다만.”
“…아?”
식사를 거른 소년에게 좋아하는 과자라도 먹이려고 한 건지 웃는 얼굴로 양갱을 한 접시 더 내오던 고용인들이 소년의 뒤에서 멈칫했다. 아카아시는 무표정한 얼굴로 양갱을 한술 떠 입에 집어넣고는 다시 말했다.
“밥을 먹고 난 후에 먹는 겁니다. 보쿠토 씨는 식사 안 하셨으니 못 드시죠.”
“……아, 안 먹을거야! 나도 알아!”
소년이 빽 소리치고 뒤에 서 있던 고용인들은 다시 안절부절 못하는 얼굴이 되어서 쩔쩔 매는 걸 알면서도 아카아시는 말을 물리지 않았고 소년은 고집을 물리지 않았다. 아카아시는 자신이 식사를 모두 끝내고 고용인들이 테이블을 전부 치우는 것까지 보고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
아카아시는 자신이 엎어두었던 책을 집어들며 한숨을 삼켰다. 아니나 다를까, 소년은 금방 또 꾸벅거리기 시작한다.
“보쿠토 씨.”
“헙. 아, 안 잤어.”
이름을 부르면 퍼뜩 깨어났다가, 다시 또 졸고. 아카아시는 그 모습을 쳐다보다 자리에서 일어나 소년을 번쩍 안아들었다. 소년은 안 잤다며 내려놓으라고 버둥거렸지만 잠기운에 취해 힘이 있는 동작은 아니었다.
“너, 이름……. 뭐야…….”
한참을 그러던 소년이 잠에 겨운 목소리로 묻는다. 아카아시는 소년을 안아든 채 조금은 어색한 동작으로 등을 토닥거리며 대답해주었다. 아카아시 케이지입니다. 아카아시, 그 말을 중얼거리던 조그만 고개가 툭 그의 어깨에 기대었다.
아카아시는 처음보다 훨씬 더 세심한 동작으로 주의를 기울여 소년을 침대에 뉘어주었다. 이불을 덮어주는데 소년이 잠결에 팔을 뻗어 그의 손을 꽉 쥔다. 아카아시는 소년의 머리카락을 살살 쓸어주었다. 그의 손가락 사이로 잿빛 머리카락이 사르르 흩어진다. 소년의 손에서 천천히 힘이 빠졌다. 아카아시는 문 닫는 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용히 소년의 침실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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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아시는 하교하고서 교복도 갈아입지 못한 채 소년의 방으로 향해야 했다. 중학교 3학년, 마지막 학기 수업이 시작된지 이틀째였다. 고용인들이 잔뜩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걸음을 빨리한다. 아카아시가 소년의 방에 들어갔을 때 소년은 방 안에 없었다.
“도련님, 아카아시 님 오셨어요! 도련님!”
저택의 입구에서부터 아카아시를 기다려 데려온 고용인이 서둘러 목소리를 높였다.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난 건 반쯤 문이 열린 침실쪽에서였다. 아카아시는 어깨에 매고 있던 가방을 벗으며 고용인을 따라 침실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드넓은 침대에 조그맣고 동그란 뭉치가 천을 뒤집어쓰고서 웅크리고 있다. 아카아시는 넥타이를 헐겁게 만들며 침대 쪽으로 다가갔다.
“보쿠토 씨.”
“…….”
덩어리가 움찔하지만 풀리지는 않는다. 아카아시는 설명을 구하는 표정으로 고용인을 바라보았다. 고용인이 귀애하는 마음과 곤란함을 적당히 섞은 표정으로 속삭였다.
‘아카아시 님이 늦게 오셔서 많이 기다리셨어요.’
기다려? 나를? 아카아시는 고개를 갸웃하다가 한숨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속을 꾹 누르며 조그만 덩어리를 내려다보았다. 만나서 하는 말 중에 제일 자주 들은 말은 ‘싫어!’, ‘안 해!’ 인데.
“보쿠토 씨? 숨막히지 않습니까, 그거.”
“…….”
“아니면 말고.”
“수, 숨막혀.”
소년이 풀썩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트를 감싼 채 웅크리고 있었던 탓인지 뺨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황금색 눈동자가 그를 쏘아보았다.
“왜 이렇게 늦은거야! 아카아시!”
“오늘부터 늦는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진짜 늦을 줄 몰랐다고!”
“진짜 늦습니다.”
“왜!?”
말도 되지 않는 얘기를 들었다는 것같은 표정이었다. 아카아시는 팔을 뻗어 소년을 가볍게 들어올렸다. 소년은 버둥거리지 않았고 아카아시는 소년을 바닥에 세워줄 수 있었다.
“그야 학교 수업도 있고 부활동도 있으니까요.”
한 걸음 앞서서 침실 밖으로 향하자 소년은 그를 놓칠세라 빠르게 따라붙었다. 종종거리는 발이 넘어지지 않도록 아카아시는 조금 걸음을 늦춰주었다. 침실 바깥쪽에 마련된 테이블에는 저녁상이 올라오고 있었다.
“부활동?”
“네, 부활동. 배구부.”
“배구?”
“공놀이 같은 거예요.”
“공놀이…….”
아카아시는 소년이 제대로 올라갈 수 있도록 의자를 빼주다 속으로 혀를 찼다. 소년의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이 난다. 반드시 뭐라도 해버릴 기세였다. 괜한 얘기를 꺼냈나 하는 후회가 들지만 늦었다.
“재밌어?”
“글쎄요.”
“……재미없어?”
배구를 하는 게 재미 문제였던 건 초등학교 때 이미 끝이 났다. 아카아시는 그 얘기를 어떻게 할까 고민하며 수저를 손에 쥐었다.
“재미보다는, 음. 잘하고 싶으니까요.”
“잘하고 싶어?”
소년은 그다지 이해가 되지 않는 듯 고개를 갸웃한다. 아카아시는 쉽게 설명할 단어를 찾을 수 없어서 그냥 나직하게 말했다.
“네.”
“……그럼 아카아시는 나보다 배구가 더 좋아?”
“네.”
“…….”
아카아시는 담백하게 긍정했다. 소년의 얼굴이 보기좋게 찌그러진다. 곧 소년도 숟가락을 집어들었다. 밥을 퍼올리는 작고 앳된 손이 전에 없이 폭력적이었다. 아카아시는 나직하게 말했다.
“밥풀 튑니다, 보쿠토 씨.”
“~~!”
소년이 숫제 억울한 얼굴로 그를 획 쳐다보았다가 다시 고개를 떨어뜨렸다. 잿빛이 섞여든 검은 머리카락에 감싸인 조그만 정수리가 보인다. 소년의 숟가락질이 강제로 억눌린 느낌이 들 때, 아카아시는 소년의 밥숟갈 위에 고기 조림 하나를 올려주었다. 귀까지 빨갛게 된 소년이 소리 없이 입술만 삐죽거리다가 반찬이 올라간 밥을 한 입에 집어넣고 기세좋게 우물거렸다. 아무 말 없이 밥을 먹는 모습만은 조금 귀여워서 아카아시는 한 번 더 반찬을 올려주었다.
*
“아카아시, 힘들어?”
보쿠토가 그 사이 또 쪼르르 그에게 다가와 그를 올려다보았다. 아카아시는 아무 말 없이 보쿠토를 내려다보기만 했다. 천진한 금빛 눈동자가 그를 올려다본다. 아카아시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고개를 저었다.
“아카아시, 낮잠 잘래?”
“낮잠 주무실 분은 보쿠토 씨죠.”
“나는 아까 잤어!”
그러셨습니까. 그 말에 보쿠토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의 손을 이끌고 침실로 향한다. 정말로 괜찮은데요, 그렇게 말해도 보쿠토는 듣는 기색이 아니었다. 아카아시는 결국 보쿠토의 손을 뿌리치지 못하고 침대에 앉고서 쓴웃음을 지었다.
“자, 얼른!”
“저 졸립진 않습니다만…….”
“그래도 힘들면 자야해!”
아카아시의 손에 반절이나 찰까 싶은 조막만한 손이 팡팡 침대를 두드렸다. 아무래도 그가 침대에 눕기 전까지는 양보하지 않을 기세다. 아카아시는 어쩔 수 없이 일단 침대에 누웠다. 보쿠토가 침대에 몸을 기대어 그를 바라본다.
“얼른 자!”
“…….”
그게 옆에서 그렇게 보고 있는데 몇 초만에 뚝딱 잠들고 그러지는 못합니다만. 아카아시는 차마 하고 싶은 말은 하지 못하고 네, 하며 얌전히 누운 채 눈을 감았다. 그 사이에 보쿠토가 부산스럽게 침대머리맡과 다리쪽을 오가며 그의 몸 위에 이불을 덮어주기까지 한다.
“…….”
“……아카아시, 자?”
몇 분이나 지났을까. 귓가로 어린 애가 조심조심 묻는 목소리가 맴돌았다. 아카아시는 웃음이 올라오려는 걸 꾹 누른 채 자는 척했다. 조그만 손이 그의 가슴께 근처를 토닥 토닥 도담이는 것이 이부자락 너머로 느껴졌다.
“헤헤, 아카아시 잔다…….”
아카아시는 그 목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의식 아래로 파고들었다. 밤은 언제나 혼자만의 시간이었고 어둠 속에서 침대의 시트에 몸을 기대는 순간은 속의 어딘가가 휑하니 비었다는 것을 실감하게 했다. 그래서 그에게 잠은 그저 고된 의무였다.
“아카아시, 잘자아.”
소년의 목소리에 들뜬 감정이 실린 채 그의 근처를 맴돈다. 머나먼 곳까지 향하는 밤길, 조그만 반딧불이 점점이 켜져간다. 아카아시는 어쩐지 나른해져 눈을 뜰 수가 없어서 그 어린 목소리에 몸을 맡기고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
몸에 꼭 맞춘 정장을 걸치고 머리를 정돈한 보쿠토는 일개 고등학생이라고 보기 어려운 박력이 있었다. 꾸준한 운동으로 다져진 몸과 훤칠한 키도 한 몫했다. 표정, 그저 어린애같이 감정이 확연히 드러나는 표정만이 조금 위화감을 불러 일으킬 뿐이다.
“아카아시는…….”
“……?”
커프스 단추를 소맷단에 매달던 아카아시는 고개를 들고 보쿠토를 쳐다보았다. 준비를 다 끝낸 보쿠토가 아카아시의 방에 들이닥친 차였다. 커프스를 모두 단 아카아시가 타이로 손을 뻗을 때까지, 보쿠토는 말이 없었다.
아카아시는 거울 너머로 보쿠토를 바라보았다. 보쿠토가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이 역력한 얼굴로 그를 빤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보쿠토 씨?”
“…….”
결국 아카아시는 넥타이를 목에 감다 말고 뒤를 돌아보았다. 보쿠토가 양손을 들어올렸다가 주먹을 쥐었다가 다시 축 떨어뜨린다.
“……아카아시도 잘 어울려…….”
“……잘 어울린단 표정이 아니신데요.”
“아냐, 진짜야……. 정말이야…….”
갑자기 잔뜩 시무룩해져서는, 보쿠토는 터덜터덜 아카아시 방에 놓여있는 소파에 털썩 몸을 묻었다. 기운이 쭉 빠진 것마냥 무릎을 끌어올려서는 몸을 한껏 웅크린다. 아카아시는 속으로 혀를 차며 손에 들고 있던 타이를 내려놓고 보쿠토에게 다가갔다. 왜 갑자기 기분이 또 엉망이 된 건지.
“보쿠토 씨. 왜요.”
저러다 옷 다 구겨지겠다 싶어서 어떻게든 일으켜세우고 싶은데, 보쿠토는 아카아시를 흘끗 쳐다보곤 다시 무릎에 고개를 묻었다.
“……아카아시, 우리 가지 말까?”
한참만에 내놓은 보쿠토의 말은 터무니 없는 소리였다. 얘기를 듣자마자 아카아시는 미간에 힘을 주었다. 사람이 안 간다고 말을 할 때는 정색을 하면서 화를 내놓고 이제와서 가지 말자고?
“아, 아니. 내 말은 그러니까.”
아카아시의 기색이 험악해진 걸 눈치챘는지 보쿠토가 다급하게 변명조로 말을 늘어 놓는다. 아카아시는 할 말을 해보라는 표정 그대로 말 없이 보쿠토를 바라보았고 보쿠토는 서둘러 그냥 해본 말이었다고 말을 돌렸다.
*
“아, 벌써 재미 없을 것 같아.”
나카시마 사택까지 가는 길, 차 안에서 제멋대로 구겨뜨린 자세로 과자 하나를 입에 넣고 있던 보쿠토가 창밖을 바라보다 말고 돌연 휙 몸을 날려 아카아시의 무릎을 베고 누우며 투덜거렸다. 아카아시는 먼저 보쿠토의 손에 들린 과자를 뺏고 입가를 털어주며 한숨을 쉬었다.
“그렇지만도 않을 겁니다. 또래 친구분들도 있을 거예요.”
“친구는 아카아시도 있는데.”
“……제가 친굽니까, 네?”
“그, 그럼.”
아카아시가 웃음기를 섞어 묻는 말에 보쿠토가 귀를 빨갛게 물들이곤 획 고개를 돌렸다. 그래봤자 아카아시의 품에 더 파고드는 꼴이었다. 아카아시는 몸을 조금 숙여 보쿠토의 뺨에 묻은 부스러기를 세심하게 털어주었다. 이런 면은 아직도 아이같기만 하다.
“우리, 놀다가 도망칠까?”
“그럼 못 씁니다.”
“하아아. 아카아시 엄격해.”
“누구누구씨가 억지로 가자고 끌고와서요.”
“쳇.”
보쿠토가 한껏 투덜투덜 입을 삐죽거리며 아카아시의 정장을 잡아당겼다가, 안에 받쳐입은 흰 셔츠를 한 번 건드렸다가, 돌아누웠다가, 팔을 쭉 뻗었다가 그렇게 온통 정신산만하게 굴며 아카아시를 괴롭혔다. 그럴 때마다 아카아시는 정장과 셔츠는 바로하고 보쿠토가 돌아눕느라 구르지는 않을지 지긋이 바라보다가, 팔을 쭉 뻗는 건 자동차의 문에 부딪히지 않도록 손으로 가볍게 붙들었다.
“아카아시.”
“네.”
보쿠토는 쭉 뻗은 팔을 아카아시에게 맡긴 채 고개를 젖히고 아카아시를 올려다보았다. 아카아시가 보쿠토의 팔을 한 짝씩 다시 내려주며 보쿠토를 쳐다본다. 보쿠토가 물었다.
** 이렇게 4권 가져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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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1 - 보쿠아카 결혼해 에서 유클님과 함께 있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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